'해학과 미학의 한국 옛이야기' 출간
100여년 전 일본 신화학자가 쓴 우리나라 옛이야기
100여년 전 일본 신화학자가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담아 펴낸 책이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일본 신화학자 다카기 도시오(高木敏雄 1876∼1922)가 1917년 출판한 '신일본교육석신'(新日本敎育昔噺)을 완역한 '해학과 미학의 한국 옛이야기'(한국학중앙연구원)에는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52편이 실려 있다.

다카기 도시오는 근대 일본 신화·민담 연구의 기초를 닦은 신화학자이자 동화연구자다.

그는 1911~1916년 요미우리신문에 한국의 옛이야기 31편을 연재했고, 이때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52편의 작품을 선정해 '신일본교육석신'을 펴냈다.

책에는 지장보살 석불이 재채기한 이야기부터 솥에서 자는 사람, 장님의 용궁 구경, 도깨비방망이, 토끼의 간, 흥부와 놀부에 이르기까지 해학의 미를 발견하고, 인간의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저자는 한국 옛이야기에서 충효, 정직 등 유교적 윤리나 일본 제국이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구하지 않았다.

대신 권력자와 어리석은 사람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고 풍자하면서 해학과 전복의 미학을 드러낸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에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 중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골랐다"며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이야깃거리로 삼을 만해서 읽어서 들려주고, 듣고 웃으면 복이 들어오고, 병도 재앙도 사라질 것"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번역에 참여한 권혁래 용인대 교수와 조은애 숭실대 교수는 "100여 년 전 일본인 학자가 한국 옛이야기에 보여주었던 학문적 애정이 기억되길 바라고, 그의 저서가 근대 한국의 설화·동화사의 초기자료로서 연구되며, 널리 읽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8쪽. 1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