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AP 등 외신들은 16일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내년 4월 25일에 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제93회 시상식은 내년 2월 2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계획보다 8주 뒤로 밀렸다.

코로나19로 지난 3월 중순부터 극장이 폐쇄되고, 신작 영화 개봉이 줄줄이 늦춰진 상황을 감안해 AMPAS가 한 해 영화를 총결산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AFP통신은 “올해 개봉한 영화만으로 시상식을 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연기된 것은 역대 네 번째다. 1938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홍수 사태로 1주일 미뤄졌고,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당시 이틀 연기됐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총격 당했을 때 시상식을 4시간 앞두고 하루 뒤로 연기됐다. 시상식을 8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MPAS는 시상식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출품작에 대한 자격 심사 기간을 내년 2월 28일까지로 늦췄고, 후보 작품과 후보 연기자 발표는 내년 3월 15일, 후보자 오찬 행사는 내년 4월 15일로 조정했다. 오는 11월 둘째주에 열릴 예정이던 아카데미 공로상 행사인 ‘거버너스 어워즈(Governors Awards)’는 취소했고, 아카데미영화박물관 개관 일정도 올해 12월에서 내년 4월 30일로 연기했다.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과 돈 허드슨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공동 성명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상식을 공동 주관하는 ABC엔터테인먼트의 캐리 버크 사장은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미지의 영역에 있다”며 “내년 시상식이 안전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파트너인 아카데미 측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