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캐릭터 표현에 욕심…박진영은 담백한 저지방 우유 같은 사람"
'화양연화' 전소니 "90년대는 불편함이 주는 낭만이 있죠"
"1990년대 멜로를 하며 좋았던 건 불편함이 주는 낭만이 있다는 거예요.

(상대방을) 기다리고 상상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을 채우는 게, 지수에겐 힘들었겠지만 전 예쁘고 좋았어요.

"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전소니(29)는 tvN 주말극 '화양연화'에서 음대 93학번 윤지수의 대학 시절을 연기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평소 1990년대 대중문화와 그것이 주는 정서를 좋아했다던 그는 "이 드라마를 하면서 90년대를 지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양연화' 전소니 "90년대는 불편함이 주는 낭만이 있죠"
선배 배우 이보영(41)과 함께 같은 인물의 현재와 과거를 각각 담당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을 표현했다.

전소니의 윤지수는 '키스 먼저 할까요?'(2018) 등을 연출하며 '멜로 장인' 수식어를 지니게 된 손정현 PD의 그림 같은 연출력과 만나 더욱더 사랑스러워 보였다.

"제가 해온 역할 중에 지수가 유독 사랑스러운 캐릭터예요.

지금까지 힘든 역할을 많이 해와서 '내게 사랑스러움이 있을까' 그런 의심이 있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저한테서 그런 면을 기대해주신다는 게 너무 감사했죠. 그 사랑스러움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
드라마는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1990년대 부잣집 딸 지수는 열혈 운동권 법대생 한재현(박진영 분)과 연인이었지만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혀 헤어지고 만다.

20여년 뒤 지수는 계약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지만 재현(유지태)은 재벌가의 사위가 되고, 둘은 우연히 재회하며 다시 사랑에 눈뜬다.

엄밀히 말하면 '불륜'이지만 이들의 사랑은 20여년 전 이야기 덕분에 로맨스처럼 빛났다.

'화양연화' 전소니 "90년대는 불편함이 주는 낭만이 있죠"
전소니는 자신이 이보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설레고 떨렸다"고 털어놨다.

"역할을 누군가와 같이해본 게 처음이라, 잘하고 싶고 욕심이 컸는데 이보영 선배님은 절 편하게 대해주신 것 같아요.

한 역할을 공유한다고 해서 맞춰야 하고 의논해야 하고 그러기보단 '네가 과거의 지수를 잘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되는 거니까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
지수는 철딱서니 없는 부잣집 딸처럼만 보이지만 내면에는 불같은 열정을 지닌 사람이다.

시위 현장에서 재현에게 한눈에 반하고 그에게 먼저 사귀자고 말할 정도로 당당하고 솔직하다.

전소니는 "지수가 나보다 훨씬 용기 있고 적극적"이라며 "그래서 지수를 연기하며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다 맞춰주는 물 같은 사람'이라고 해준 어린 재현 역 박진영(26)에 대해선 "담백하고 깔끔한데 영양소가 다 들어있는 저지방 우유 같은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화양연화' 전소니 "90년대는 불편함이 주는 낭만이 있죠"
독립영화 '여자들'(2017), '죄많은 소녀'(2018)로 이름을 알리다가 지난해 첫 상업 영화 주연작 '악질경찰'부터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는 "안 해본 연기는 전부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내다가도 "수식어 대신 극 중 이름, 역할로 불렸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지수를 연기하는 동안이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였어요.

지수 덕분에 너무 설레고 참 예뻐 보였던 것 같고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세상에 막무가내로 뛰어드는 지수의 뜨거움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 내가 지수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행복했습니다(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