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주영 국립암센터 교수

암 조직에만 방사선 쏘는
양성자 치료 6~7주 정도 걸려
입원 또는 병원 근처 생활해야

생계 병행하는 부모나 환자
우울감 등 정서적인 문제 호소
"소아암 환자 심리치료 중요…병원 근처 가족쉼터 도입 서둘러야"

“소아암 환자들은 우울감 등 정서적인 문제를 많이 호소합니다. 죽음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하기 힘든 나이에 정서적인 문제를 보살펴줄 만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암을 치료하는 것만큼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김주영 국립암센터 교수(사진)는 “양성자 치료 등을 위해 6~7주 정도 병원에 머무는 소아암 환자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곳에서 아이들이 또래집단과 어울리고 인지·심리 치료 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처음 양성자치료기 도입

양성자치료는 방사선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수소 원자의 핵을 가속시켜 만들어진 에너지를 암 부위에 조사하는 방식이다. 양성자선이 몸속을 통과하면 암에서 최대 에너지를 쏟은 뒤 사라져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정상조직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암을 치료해야 하는 소아암 환자 치료에 많이 활용된다.

국립암센터는 2007년 국내 처음 양성자치료 기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도 이 치료를 시작해 국내에서 양성자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두 곳이 됐다.

김 교수는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에서 이런 소아암 환자를 주로 치료한다. 대부분 뇌종양 등 고형암 환자다. 그는 “국내에서 소아암 환자가 한 해 2000명 정도 발생하는 데 이들 중 절반은 백혈병”이라며 “나머지 1000명이 고형암 환자인데 이 중 뇌종양 환자가 가장 많다”고 했다.

○표준치료 끝나도 고통 남아

양성자치료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소아암 환자들이 국립암센터로 모인다. 이 병원에서 양성자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암환자 중 경기 고양, 파주 등 인근 지역에 사는 환자는 13%뿐이다. 이들을 포함해 수도권 환자는 61%다. 다른 지역 및 해외에 사는 환자도 39%에 이른다.

소아·청소년 암 환자들은 평균 24.6회 양성자 치료를 받는다. 치료 준비기간 7~10일을 포함하면 치료에만 6~7주 정도 걸린다. 이 기간 병원에 입원하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병원 근처 모텔 등에서 생활해야 한다. 양성자치료 등을 받는 아이를 위한 숙소가 필요한 이유다.

소아암은 단지 암에 걸린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 간병을 위해 함께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엄마, 엄마의 부재를 경험해야 하는 아이의 형제자매 등 모든 가족의 문제다.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받는 뇌종양 아이의 엄마 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52.4%가 심한 우울증상을 호소했다. 뇌종양이 생긴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가족 수입이 적을수록 우울증상은 심했다.

미국 등 해외에는 병원 근처에 맥도날드 채리티하우스와 같은 보살핌 공간(nursing house)이 있다. 치료 기간 아이들이 머물면서 생활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를 보살피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심리치료, 운동 재활치료 등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김 교수는 “국내에는 종교시설에서 제공하는 쉼터가 있기는 하지만 장기간 비슷한 질환을 가진 아이와 가족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며 “소아암 환자를 위한 생활 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아암 인지 심리치료 전문가 필요”

양성자 등 방사선치료는 대부분 암치료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진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는 이미 긴 시간 치료로 지칠 만큼 지친 아이들이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장소가 됐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 아이의 심리·인지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뇌병변 때문에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위해 인지기능을 훈련시키고 운동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2016년부터 이를 미술 프로그램으로 확대했다. 정미령 그림작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책으로도 펴냈다. 소아암 아이가 함께 그린 작품은 올 3월 세계적 학술지인 국제방사선의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Radiation Oncology)의 표지 사진으로도 실렸다.

김 교수는 “국내에는 표준치료가 끝난 뒤 아이의 일상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시설도 부족하다”며 “부모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모두 할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소아암 아이가 또래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들을 보살피기 위한 전문가도 양성해야 한다. 그는 “해외에는 어린이생활전문가(child life specialist)가 큰 병원마다 근무한다”며 “국내도 환아와 가족을 심리적으로 도와주는 소아청소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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