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남·부산 등지서 피해 속출…지자체·농정당국 피해상황 파악 분주
완주 수박 비닐하우스 '진흙 범벅'…농부 "상품성 없어 한해 농사 망쳐"
농작물 침수·주택파손·오수역류…주말 폭우에 곳곳 '아수라장'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 쏟아진 폭우로 남부지방에서 농경지와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주택이나 담벼락이 무너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전국 지자체와 농정당국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주민 신고를 추가로 받고 있어 비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완주 178.7㎜를 비롯해 평균 85.2㎜의 큰비가 내린 전북에서는 840ha(1천346 농가)의 농경지가 침수돼 온전한 작물 수확이 어렵게 됐다.

작물별로는 벼 595ha, 논콩 176ha, 수박·상추 및 기타 작물 68.9, 축사 0.5ha 등이 침수됐다.

김제 592.5ha(980농가), 군산 106.1ha(187농가), 전주 50ha(72농가), 익산 40ha(50농가), 완주 27.8ha(30농가), 진안 15ha(20농가), 부안 9ha(7농가)의 피해가 났다.

인명 및 공공시설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수박 주산지인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해전리에서 비닐하우스 15개 동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최덕환(55) 씨는 "8천통 정도 수확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비닐하우스에 물이 차면서 상품성이 없어 2천700통 정도는 버리게 생겼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푸른 수박빛으로 싱그러워야 할 비닐하우스 안은 들이닥친 빗물과 진흙이 뒤엉켜 온통 누런 황톳빛으로 가득했고, 수박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최씨는 비가 쏟아지던 지난 13일 새벽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쏟아져 별도리가 없었다고 전했다.

농작물 침수·주택파손·오수역류…주말 폭우에 곳곳 '아수라장'
전남에서는 해안 지역에 비가 집중되면서 보성 득량만간척지 335㏊와 고흥 남정간척지 15㏊ 등 모두 416ha가 물에 잠겼다.

보성군과 고흥군은 간척지 배수·퇴수와 동시에 새 물로 농작물 뿌리에 활력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신속하게 물빼기와 새 물 대기를 통해 피해 최소화에 노력 중이며,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병충해 방제도 철저히 하고 있다"며 적극적 피해복구 지원을 전남도에 건의했다.

목포에서는 도심 골목길 진입로 배수구가 토사 등으로 막히면서 주택 1채가 침수되기도 했다.

지자체는 공무원 등을 주택 침수 현장에 긴급 투입해 물빼기와 퇴적토 청소에 나서 복구를 완료했다.

전남도는 주택 침수 가구에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지난 13일 오전 4시 8분께 부산 남구 감만동 한 주택에서 길이 5m, 높이 2m짜리 담벼락이 폭우에 무너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주택에 사는 주민 3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담벼락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선 도로 배수구 역류로 오수 찌꺼기가 도로 위로 쏟아지면서 악취가 코를 찌르고 교통이 통제됐다.

같은 날 전남 여수, 광양, 고흥, 해남 등에서도 배수구 역류 현상이 발생했고, 보성에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7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농작물 침수·주택파손·오수역류…주말 폭우에 곳곳 '아수라장'
각 지자체와 농정당국은 침수지 물빼기를 독려하고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한 기술지도를 하는 한편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있다.

전북도와 전남도는 정확한 피해 현황을 조사해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며, 농약비와 대체작물 파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공공시설 피해는 7일, 사유시설 피해는 10일 이내에 시·군에 신고해야 한다.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농가는 작물별 피해 신고 후 절차를 거쳐 농협 손해보험으로부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들은 재해보험 가입 농가에 대한 신속한 손해평가로 보험금을 조기 지급받을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전승현 여운창 천정인 오수희 최영수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