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이 아침의 시] 미래의 시 안미옥(1984~)

먼저 가 있을게

멀리 가서 보여줄게
거기엔 뭐가 있는지 앞으로 뭐가 필요한지
너희에게 이야기해줄게

다 같이 모여 앉아 듣는 곳에서
그 말을 듣고

노트에 필기했다
우린 전부 여기에 있는데 왜 시만 먼저 가?
여긴 어딘데

시집 《힌트 없음》(현대문학) 中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어떤 것이 더 옳은지 누군가 귓속에 이야기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어요. 내가 가진 것이 마땅치 않을 때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선택지보다 많다는 것은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나의 삶에 이정표 같은 어떤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시 같아요. 아직까지도 시는 저에게 가장 작은 것이고, 시를 쓰는 순간만큼 세상이 크게 보인 적이 없거든요. 어떤 순간에 세상을 확대해서 본 적이 있나요? 저는 그때가 분명 여러분만의 시라고 생각해요. 그때를 메모한 것을 먼 미래에 다시 펼쳐본다면 그게 미래에서 온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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