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관 내전·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 이 남자를 조심하세요 = 황정근 지음.
판사 출신 변호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 총괄팀장을 맡았던 저자가 자기 일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역사적으로도, 또 저자 개인에게도 엄청난 의미를 지닌 탄핵 이야기로 시작해서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았던 고향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서울로 전학해 등록금을 내지 못했다고 교사에게 뺨을 맞으면서도 1, 2등을 놓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 문학회 활동과 어설픈 연애,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던 대학 시절 등을 회고한다.

만 15년 간의 법관 생활을 거쳐 '한국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로펌 등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한국 사회와 법조계가 겪은 격동의 현장에 서게 된다.

부산지법에서 수습 직원 격인 시보로 일할 때 시보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에 나타나 명함을 돌리고 다방에 커피를 주문해 돌린 '꺼벙하게 생긴' 변호사의 명함에는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저자는 판사 시절을 돌아보면서 '시대와의 불화'라는 말을 쓴다.

전(前) 제주 MBC 주주들의 주식반환 소송, '수산자원보호령 위반' 사건의 위헌제청, 거창 민간인 학살사건 유족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 시대를 앞서나가는 판결 또는 결정을 하는 바람에 상급심에서 부인당한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그의 인생에서 중대한 분기점이 된 탄핵 심판에서도 양쪽 당사자 모두에게 의심과 원망의 눈초리를 사야 했고 그 탓인지 몰라도 대법관 후보에 오른 뒤 최종적으로 낙방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지만, 지금은 대를 이어 변호사가 된 딸, 사위와 함께 로펌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물레. 320쪽. 1만5천원.
[신간] 이 남자를 조심하세요
▲ 검찰수사관 내전 = 김태욱 지음
현직 검찰수사관이 세상을 떠난 선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검사의 그늘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검찰수사관들의 세계와 애환을 전한다.

검찰수사관이란 검사의 지휘에 따라, 검사를 보좌하여, 검사의 명을 받은 수사에 관한 사무, 검사의 소송업무 보좌, 기타 검찰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공무원에게 담당 업무가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검찰수사관의 업무는 누구를 보좌하는 것으로 정의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검찰수사관도 수사에 참여하고 이들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모든 수사기록이 검사의 이름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검찰수사관은 '그림자'와 유사하다.

검사 관사와 비교하면 너무나 열악한 수사관 숙소의 실태를 하소연하는 신입 직원에게 "그런 게 불만이면 검사로 들어오시지"라고 말하는 기관장에게 실망하면서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30년 가까이 근무한 검찰을 떠난 후 펼쳐지게 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전원주택을 마련했다는 저자는 아직도 '검찰은'으로 시작하는 뉴스가 들려오면 본능적으로 눈길이 간다면서 "요즘 검찰의 행동에 대한 못마땅함, 검사들에 대한 불만, 동료 직원들에 대한 아쉬움, 모두 내가 검찰을 '내 직장'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고백한다.

바이북스. 272쪽, 1만5천원.
[신간] 이 남자를 조심하세요
▲ 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 크리스토퍼 샤흐트 지음, 최린 옮김.
단돈 50유로를 들고 '계획 없는 계획'에 따라 세계 여행을 떠난 독일 청년이 1천512일 동안 10만㎞를 이동하며 45개국을 방문하며 겪었던 이야기다.

독일 북부 소도시 홀슈타인에 살던 저자는 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이 황당한 여행에 나서게 된다.

저자는 길을 떠나기에 앞서 '호텔에서 자지 않기', '비행기 안 타기', '신용카드 쓰지 않기' 등 '3무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대륙 간 이동을 위해 요트에서 선원, 항해사, 요리사 등으로 일하다 거친 풍랑에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고 길바닥을 침대 삼아, 하늘을 이불 삼아 노숙을 하는 건 다반사였다.

돈이 없어 개가 물어뜯은 빵을 물에 씻어 먹는가 하면 마약상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의도치 않게 반군과 동행하거나 밀입국을 감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6개월이나 머물렀다.

골프 신발 광고 모델 일을 해 번 돈으로 '그 유명한 노래'에 나오는 강남 지역 원룸에 숙소를 얻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성장 호르몬을 테스트하는 임상 시험에 참여해 1천700유로라는 거금을 벌어들이고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부수입'을 거둔다.

45개국을 다니면서 거친 직업만 선원, 모델, 건설노동자, 항해사, 번역가, 프로그래머, 어부, 베이비시터, 웨이터, 목수, 배관공, 광부 등 수십 가지나 된다.

저자는 이를 '4년간의 인턴십'이라고 부른다.

여행이라는 인생학교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얻은, 세상 어느 학교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 그를 더욱 성장케 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후의서재. 388쪽. 1만6천원.
[신간] 이 남자를 조심하세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