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서 대면 공연 '수궁가' 여는 밴드 이날치

11, 12일 '좌석간 띄어 앉기'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협연
11, 12일 LG아트센터의 ‘2020 기획 공연’ 첫 무대에 서는 밴드 이날치. 왼쪽부터 이철희(드럼), 권송희(보컬), 장영규(베이스), 이나래(보컬), 신유진(보컬), 정중엽(베이스), 안이호(보컬).   잔파  제공

11, 12일 LG아트센터의 ‘2020 기획 공연’ 첫 무대에 서는 밴드 이날치. 왼쪽부터 이철희(드럼), 권송희(보컬), 장영규(베이스), 이나래(보컬), 신유진(보컬), 정중엽(베이스), 안이호(보컬). 잔파 제공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판소리 ‘수궁가’의 눈대목(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있는 장면) ‘범 내려온다’의 소리가 베이스 선율, 드럼 리듬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에 맞춰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단원들이 흥겹게 몸을 흔든다. 밴드 이날치가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 온스테이지에 올린 영상 장면이다. 5분 남짓의 ‘범 내려온다’ 영상은 9일까지 누적 조회 수가 152만 회를 넘었다. 이 영상을 본 20~30대 사이에선 ‘수궁가 해설 찾기’ 붐이 일었다. 해외 네티즌도 가사와 작품 해설을 영어로 번역해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날치의 다른 영상인 ‘별주부가 울며 여쫘오되’(49만 회), ‘약성가’(30만 회)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이날치가 11, 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수궁가’ 공연을 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랫동안 문을 닫은 LG아트센터의 올해 첫 기획 공연이다. 원래 11일 하루 열릴 예정이었지만 ‘좌석 간 띄어 앉기’를 위해 2회 공연으로 늘렸다.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침이 튀지 않게 환호성을 지르는 것도 참아야 한다. 지난 8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날치 멤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뛰거나 춤을 추긴 힘들지만 박수나 발 구르기 등으로 공연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치는 지난해 판소리의 대중음악화를 내걸고 결성된 밴드다. 밴드 이름도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1820~1892)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곡성’ ‘부산행’ 등 영화음악 감독으로 유명한 장영규(베이스)가 리더다. 권송희, 안이호, 이나래, 신유진 등 젊은 소리꾼 4명과 베이스 주자 정중엽, 드러머 이철희 등 여섯 명으로 구성됐다. 베이스기타 두 대와 드럼이 흥겨운 반주를 깔면 소리꾼들이 번갈아가며 또는 같이 판소리 대목을 부른다. “판소리를 활용해 댄스 음악을 내놓는 대안적 대중음악을 지향합니다. 들으면 누구나 흥에 겨워 춤을 추게 하는 음악을 만듭니다. 창을 편곡하는 퓨전국악과 달리 이날치는 판소리 원본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활용합니다.”

이날치는 공연에서 최근 발매한 정규 앨범 ‘수궁가’에 수록된 11곡을 라이브로 선보인다. 완창에 3시간가량 걸리는 ‘수궁가’에서 인상적인 대목만 골라 뉴웨이브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곡들이다. 베이스와 드럼, 전자피아노 등으로 반주를 미리 짜고 판소리 원형을 그대로 반주 위에 얹었다. 이 방식을 통해 소리꾼들은 본업인 판소리 완창을 하는 데 방해받지 않고 밴드활동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퓨전국악 또는 국악가요처럼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바꿔 부르면 호흡이 짧아집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지구력이 떨어져 목 근육을 오래 쓰는 완창 판소리를 하기 힘들어지죠.”(이나래) “원형을 그대로 살리니 밴드 활동을 하면서도 창법을 전혀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이날치의 소리꾼 모두 올해 완창 판소리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신유진)

수록곡들은 주요 대목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노래가 밋밋해질 수 있다. 이날치는 소리꾼들의 바디(명창에게 전수받은 소리)가 다른 점을 활용했다. 안이호는 명창 정광수, 권송희는 박초월, 신유진은 정권진을 사사했다. “대표곡 ‘범 내려온다’ 1절은 신유진이 부르고 2절은 이나래가 부릅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가사 또는 창의 절정 부분이 조금씩 다르죠.”(장영규)

소리를 앞세우니 악기의 비중이 준다. 베이스기타와 드럼은 화려한 애드리브나 솔로 연주가 없는 대신 치밀하게 박자와 선율을 짰다. “보통 국악은 3박자, 밴드 음악은 4박자를 깔고 연주됩니다. 기본만 끈기있게 유지해도 엇박과 정박이 반복돼 자연스레 긴장감을 조성합니다.”(이철희) “소리꾼들의 제창과 독창이 주선율입니다. 베이스는 드럼 박자를 극적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정중엽)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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