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31)씨는 2016년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본 도쿄(東京)의 한 식당에서 일하던 중 손님인 지금의 일본인 아내를 만났다.

1년 간의 교제 끝에 일본에서 백년가약을 맺었고 2018년 12월께 유튜브에 아내와 일상을 담은 영상인 브이로그(VLOG)를 올리기 시작했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국경 넘나드는 러브스토리'…국제커플 운영자 유튜브 채널 인기

채널명은 그와 아내 이름을 더한 '나나소나윤'이다.

윤 씨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겪은 일상과 당시 태어난 딸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담는 '추억 저장소' 정도로만 여겼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훨씬 뜨거웠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구독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윤 씨의 유튜브는 운영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실버버튼'을 받았다.

'실버버튼'은 유튜브 본사가 구독자 수 10만명을 돌파한 채널에 수여하는 기념 증서다.

그는 "혹시 모를 다문화 부부의 편견 탓에 '악플이 달리지는 않을까'하고 걱정 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타인에게 피해만 안준다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 씨처럼 국제 커플이나 다문화 가정의 일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양국 문화 차이'나 '각국 여행지 탐방' 등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도 쉽게 찾을 수 있다.

5일 현재 올해 들어 유튜브에 게시된 다문화 부부와 관련된 콘텐츠는 1천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매주 2∼3개씩 영상을 올리는 등 활발하게 운영되는 채널도 10여개에 이른다.

온라인에서 국제 커플과 관련된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우리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는 세계 각국의 이용자가 'internationalcouple'(국제커플)이나 'mixedracecouple'(혼혈커플) 등 다문화 부부와 관련된 해시태그(#)를 달아서 올린 게시물은 30만개에 이른다.

구독자들은 해외에 대한 정보나 양국 문화 차이 등 흥미로운 주제가 많아 즐겨본다고 답한다.

한 유명 다문화 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 중인 백경탁(38) 씨는 "현지인만이 알 수 있는 그 나라의 명소나 숨겨진 여행지 등을 알 수 있어 애청하고 있다"라며 "최근에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도 시청의 한 이유"라고 말했다.

직장인 원모(31) 씨는 "'외국인 커플이 바라보는 한국'이란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는데 인식의 전환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으로서 무감각하게 지나칠 수 있는 현상이나 풍경 등을 놓고 그들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을 보면 생각의 폭도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원 씨는 "영상 속에서 양국을 오가며 사랑을 쌓는 국제 부부를 보면서 이런 게 바로 세계화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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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유행이 다문화 가족의 인식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그 한계를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는 "국제 결혼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지금보다 컸던 과거에는 자녀들이 다문화 가정이라는 사실로 피해를 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고의 다문화 정책은 '함께 어울리는 것'인 이유는 상대방을 자주 만나고 익숙해져야 선입견도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주요 시청자가 젊은층인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이들의 일상이 인기를 끌면서 국제 결혼 편견도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중·고등학생 4천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4%가 대중매체에서 외국인과 이주민을 접한 후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다고 답했고, 67.9%는 이주민 거부감이나 차별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주민의 풍습과 문화를 존중하게 됐다고 답한 비율도 61.1%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문화 가족 인식이 완전히 정착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장인실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원 원장)는 이런 유행을 반기면서도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일명 '상층 다문화'라 불리는 선진국에 편중됐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우리가 여전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는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다만 이런 유행이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나라로까지 확장될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경환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영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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