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 애호가들 사이에서 축구 경기를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예전만큼 자주 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축구 마니아들이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유튜브 웹사이트에서 '1인칭 축구 선수'를 검색하면 '1인칭 축구 선수 시점', '상황별 미드필더 시점', '포워드 1인칭 시점' 등 유튜버들이 찍은 축구 관련 영상이 다수 나온다.

유튜버가 머리에 캠코더를 장착한 채 축구 경기를 하기 때문에 선수 1인칭 시점에서 영상이 진행된다.

시청자들은 3인칭으로만 진행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스스로 축구공을 드리블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

'Le****'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관련 유튜브 영상 댓글에 "코로나19 때문에 (근처) 운동장도 폐쇄되고 갑갑한 와중에 대리만족하기에 좋은 영상"이라며 "축구계의 '먹방'(먹는 방송)"이라고 호평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훈우(25)씨는 "축구 경기를 할 친구들 모으기가 예전보다 힘들어 축구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면서 "방에 누워서 1인칭 시점 영상을 볼 때면 내가 실제로 축구 경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SNS 세상] "프로축구 선수가 된 느낌"…1인칭 시점 경기영상 인기

유튜버들이 이처럼 독특한 방식의 축구 영상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1인칭 시점 축구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미프로 축구리그 K4리그 선수인 이정진(28)씨는 지난 2월 말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제이풋볼'에 1인칭 시점 축구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이 선수 채널 구독자 수는 2만5천명가량에 불과하지만 그가 올린 '중앙 미드필더 1인칭 시점' 영상은 조회 수가 30만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2016년 부산 아이파크, 2017년 강원FC 등을 거친 이 선수는 지난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캠코더를 사러 매장에 갔는데 '액션캠(몸에 부착한 채 촬영하는 초소형 캠코더)'이 눈길을 끌었다"며 "머리에 장착하고 축구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축구하면서) 영상을 찍었더니 구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1인칭 시점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머리에 캠코더를 달고 축구를 하니 헤딩을 할 수가 없고, 캠코더가 달린 밴드가 머리를 조여 경기 도중 벗었다가 쓰기를 반복해야 한다.

직접 경기를 뛰면서 발생하는 상황을 일일이 설명할 때도 숨이 턱턱 찬다.

하지만 그는 "1인칭 시점이 현실감이 있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주 축구를 못 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영상이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며 "프로 선수의 시점으로 경기를 보니 축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평도 많다"며 뿌듯해했다.

유튜브 채널 '슬로우라이프TV'를 운영하며 1인칭 시점 축구 영상을 올리는 아마추어 축구인 박모(30·직장인)씨도 "저와 같은 아마추어 축구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며 "코로나19로 (축구를 못 해) 답답한 사람들이 늘어 더 인기를 끄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축구를 하면서 영상을 찍을 때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꼼꼼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축구장에 들어가기 전 체온계로 발열 검사를 하고, 출입 명단에 이름, 휴대전화 번호, 주소 등을 기입하며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 역시 "팀 자체적으로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있는 이들은 경기에 참여할 수 없게 한다"며 "경기 전후 손 소독제를 수시로 바르는 등 안전한 환경에서 경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SNS 세상] "프로축구 선수가 된 느낌"…1인칭 시점 경기영상 인기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 1인칭 시점 영상이 여러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씨는 "직접 나가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열망이 1인칭 시점 영상 인기에 기여했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이상 스포츠계에서 이러한 콘텐츠는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유튜버들의 1인칭 시점 방송을 통해 수요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며 "축구 분야뿐만 아니라 야외 페스티벌, K팝 공연,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유료 가치를 지니는 독자적 콘텐츠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