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관객 사이에 차려진 무대 독특
재소자들의 희로애락 담은 '궁극의 맛'
소박한 음식들이 창살 아래 재소자들의 기억을 소환한다.

교도소에서 번번이 나오는 소고기 뭇국에서 엄마를 떠올리고, 밀가루로 만든 문어를 넣은 라면에서는 성범죄 피해로 먼저 떠난 어린 딸이 사무친다.

'펑펑이떡' 반죽을 치대는 탈북 여성은 불행했던 남한의 기억을 곱씹는다.

그는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서 감방에 오긴 했으나 바깥세상이 그립지 않다.

속임수, 거짓이 판쳤던 남한 땅에 지친 탓이다.

오히려 창살 너머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반죽을 조몰락거리는 지금 마음이 편하다.

연극 '궁극의 맛'은 살인과 폭력 등으로 감옥에 갇힌 여성 재소자들의 이야기다.

그것을 풀어내는 소재는 음식이다.

누구나 저마다 침샘을 넘어 기억까지 자극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궁극의 맛은 이를 매개로 재소자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이들이 기억하는 궁극의 맛은 극 중에서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된다.

저마다 인생에서 곡절이 있었던 순간,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극은 '구토'라는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궁극의 맛을 담으려 했던 작품이었기에 놀랍기도, 다소 생소한 마무리로 볼 수 있다.

연극에는 별도 무대가 없다.

7명의 배우가 극장 안에 직삼각형 형태로 배치된 긴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라면을 끓이기도, 각종 식기를 들고나와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여러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테이블 끝에서 배우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며 여러 배역을 바쁘게 소화한다.

재소자들의 희로애락 담은 '궁극의 맛'
궁극의 맛 연출은 맡은 신유청 씨는 3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독특한 무대 구성에 대한 질의를 받자 "배우 주변으로 관객들이 있었으면, 테이블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네모난 (테이블) 구조를 생각했지만 조금 더 불안한 느낌을 줬으면 했다"며 삼각형 테이블 형태로 무대를 꾸민 이유를 설명했다.

연극 '궁극의 맛'의 원작은 남자 교도소 이야기를 다룬 일본 만화 '고쿠도메시'다.

출소하면 먹고 싶은 최고의 맛을 놓고서 우승자를 가리는 이야기다.

이번 작품은 원작에서 '재소자, 음식, 죄' 등 3개의 키워드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온전히 새롭게 썼다고 한다.

배우 강애심, 이수미 씨 등이 교도소 담벼락 아래 사람들이 기억하는 '궁극의 맛'을 연기한다.

연극은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이어진다.

화·수·목·금요일은 오후 8시, 토·일요일은 오후 3시에 만나볼 수 있다.

월요일은 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