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존과학자 C의 하루'
미술품에 새 생명 불어넣는 보존과학의 세계

미술품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변화와 손상을 겪는다.

빛과 온도 등 환경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노후화로 가동 중단된 백남준 '다다익선'처럼 기술적 문제도 생긴다.

때로는 불의의 사고로 상처가 난다.

수집과 전시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보존과 복원은 작품 생명을 연장하고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영역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관에서 개막한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는 미술품 보존과 복원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청주관에 특화한 이번 전시는 보존과학자 C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보존과학의 세계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옛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해 지난 2018년 12월 개관한 청주관은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역할을 하는 수장형 미술관이다.

전시 제목의 'C'는 보존과학자를 뜻하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알파벳 첫 글자다.

복원 결과물만 선보이는 일반 전시와 달리 복원을 거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실물과 각종 자료 등을 통해 보존 및 복원 과정 등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여성 조각상으로 유명한 니키 드 생팔(1933~2002)의 '검은 나나(라라)'(1967)가 보인다.

야외 전시로 표면이 변색되는 등 심각하게 손상됐던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니키 드 생팔 재단과의 협의 등을 거쳐 이례적으로 재도장했다.

복원까지의 의사결정, 과학적 분석과 색상 선정, 재도장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소개된다.

전시장은 실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보존과학 도구와 안료 등이 있는 보존과학실처럼 꾸몄다.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을 활용한 과학적 분석 결과도 볼 수 있다.

한국 근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의 1940년작 '여인'에서는 X선 조사법을 통해 집,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가 발견됐다.

오지호(1905~1982)의 1927년작 '풍경'에서는 원작 밑에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하던 캔버스에 새로 그리면서 덮인 것으로 추정되는 여인의 실루엣이 또렷하다.

곳곳에 보존과학의 세계를 주제로 창작한 작품이 어우러진다.

김지수는 청주관 보존과학실에서 채집한 공간의 냄새와 보존과학자의 체취를 유리병에 담아 설치했다.

정정호는 보존과학실의 각종 과학 장비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한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도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TV를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뉴미디어 작품을 복원할 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지 등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다.

우종덕은 백남준 '다다익선' 복원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영상에 담았다.

작가 17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현재 수도권 방역 조치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과천, 덕수궁은 휴관 중이며 청주는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청주관에서 오후 1~3시에는 실제 보존과학자들이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미술품에 새 생명 불어넣는 보존과학의 세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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