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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아침] 서글픈 구직판…전쟁이 할퀸 삶

‘求職(구직)’이라고 쓴 종이를 몸에 매단 젊은이가 건물 벽에 기대서 있다. 모자를 눌러 쓰고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자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구직자의 고단한 삶이 드러나 있다. 그 뒤로 말끔한 양복을 입고 악수하는 사람들과 미장원 간판이 청년의 처량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이 장면은 사진가 임응식이 1953년 서울 미도파백화점 앞에서 찍은 것으로, 6·25전쟁이 끝난 뒤 폐허가 된 우리나라 사회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임씨는 한국 사진예술의 1세대다. 일제강점기인 중학교 때 카메라를 배우기 시작한 임씨는 체신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사진 작업을 이어갔다. 6·25전쟁 때는 종군사진기자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으며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설립했다.

임씨는 전쟁을 겪으면서 한때 자신이 추구했던 예술적 살롱사진을 배격하고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주창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처참해진 나라의 현실을 담아내는 것이 사진가의 의무라는 생각이었다. (스페이스22, 6월 9일~7월 9일)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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