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의 파리: 벨 에포크 시대의 초상

▲ 비타와 버지니아 = 세라 그리스트우드 지음, 심혜경 옮김.
작품 못지않게 사생활로도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작가 겸 정원 디자이너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두 영국 여성은 1920년대에 짧지만 열렬한 사랑을 나눴고, 그 친밀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유대감은 1941년 버지니아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됐다.

버지니아는 언제나 비타의 귀족적인 면모를 좋아했고 그를 모델로 한 소설 '올랜도'를 쓰기도 했다.

버지니아는 죽기 몇 달 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남편 레너드와 바네사 언니를 제외하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사람은 비타였다"고 털어놨다.

버지니아에 비하면 대중적 관심은 덜했을지 몰라도 비타의 삶 역시 드라마틱했다.

잉글랜드 귀족 색빌 가의 후손으로 외교관인 해럴드 니컬슨과 결혼한 그는 결혼 후에도 동성 애인들과의 연애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뿐 아니라 오늘날 한해 2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시싱 허스트' 정원의 설계자로 기억된다.

비타는 또한 "기회를 의무에 양보해야 하는 사람은 항상 여성이어야 하는" 시대에 여성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평생에 걸쳐 탐구했던 선구적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다.

전기 작가이자 영국 왕실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버지니아와 비타가 주고받은 500여 통의 편지를 비롯한 수많은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 사랑과 우정으로 서로에게 행복과 위안을 준 두 사람의 내밀한 이야기를 많은 자료 사진들과 함께 풀어낸다.

뮤진트리. 276쪽. 1만7천원.
[신간] 비타와 버지니아·언제나 길은 있다
▲ 언제나 길은 있다 = 오프라 윈프리 지음, 안현모 옮김.
저명한 방송인이며 여러 방면의 선행으로도 잘 알려진 저자가 처음 지역 방송국 토크쇼에 출연했던 경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오프라 윈프리 쇼'로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고비마다 느꼈던 깨달음을 소개한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정점을 찍고 있을 때조차 그는 "이게 다가 아니다, 더 있다"라는 느낌이 들게 됐고 그 직감을 믿고 이 쇼와 작별을 고했다고 한다.

프로그램 종영 후 몇 년의 시간은 뜻밖의 가능성을 안겨줬고 신규 케이블 채널 OWN을 개국할 때는 겁이 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도전을 기회로 바꾸라는 자신의 조언을 되새겼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독자들에게 "삶은 고정돼 있지 않으며 모든 결정이나 후퇴, 또는 승리는 진실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는 세계적인 현자이자 작가인 디팩 초프라, 에크하르트 톨레, 틱낫한 스님, 조 바이든 미 대선 후보, 종교인 T. D. 제이크, 페미니즘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OWN의 '슈퍼 소울 선데이'를 진행하면서 저자가 만난 수많은 저명인사와의 대담 가운데 정수가 될 만한 내용도 소개된다.

한국경제신문. 208쪽. 1만6천800원.
[신간] 비타와 버지니아·언제나 길은 있다
▲ 드뷔시의 파리: 벨 에포크 시대의 초상 = 캐서린 카우츠키 지음, 배인혜 옮김.
'아름다운 시절' 벨 에포크의 파리를 드뷔시의 삶과 음악을 통해 그려낸다.

이 시기 파리는 모순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고, 즐거움을 광적으로 탐닉한 도시였다.

밤마다 서커스와 가면무도회로 휘황찬란한 환락이 펼쳐졌다.

마네, 쉬슬러 등 파리 살롱전에서 퇴짜를 맞은 화가들이 낙선전을 통해 명성을 얻었고, 케이크워크와 캉캉 춤이 도시를 폭풍처럼 점령하는 동안, 한편에서는 전통 춤곡인 미뉴에트를 고집했다.

이처럼 역설적인 풍경을 드뷔시만큼 진지하게 포착한 이는 없었다.

기만적이고 양면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드뷔시는 이 모든 모순을 끌어안아 자신의 음악에 녹여냈다.

피아니스트이며 교육자인 저자는 드뷔시의 일대기를 늘어놓기보다는 그의 삶과 음악을 관통한 파리라는 대도시의 렌즈를 통해 그를 고찰하려 한다.

전통적인 방식의 작곡에도 유능했지만 20대 초반에 자기만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고 고난을 마다하지 않은 드뷔시의 삶을 모두가 대단하게 기억하는 당시 파리의 풍경과 함께 엮어낸다.

저자는 "만약 클래식 음악 분야에 예술가와 특정 장소가 팀을 이뤄 상을 받을 수 있다면 드뷔시와 파리는 단연코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썼다.

만복당. 380쪽. 1만8천원.
[신간] 비타와 버지니아·언제나 길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