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계속 줄면서 쇠락해가는 지방 소도시. 카페 대신 '다방'이 있고 음식점도 어른 취향의 몇 곳밖에 없다.

십 대 소녀들에게는 너무나 '따분한 도시'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갈만한 곳은 딱 하나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과 읍내에 가야 있는 햄버거 체인뿐이다.

전교생 120명인 시골 고등학교에서 이른바 '인서울 대학'에 합격할 확률도 희박하다는 걸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들도 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소도시나 농어촌에 사는 소녀들이 뉴욕을 동경하듯, 이 마을에 사는 단짝 여고생 사총사도 서울에서 사는 게 꿈이다.

이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한껏 들뜬 채 서울 나들이를 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명소로 알려진 카페를 찾아간 이들은 실물에 실망하고 돌아온다.

그리고는 "우리가 카페를 차려보자"며 의기투합한다.

시골 마을에 날로 늘어가는 빈집이나 빈 시설에 카페를 차려 직접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들은 공장지대를 돌아다니다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는 빈 공장 하나를 발견하고 정말로 카페를 차린다.

창고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냉장고, 어머니가 혼수로 가져왔으나 아까워서 쓰지 못한 그릇 세트로 구색을 갖추고 아버지가 젊을 때 수집해 놓은 영화 포스터 등으로 단장을 마친다.

"얘들아, 알바 말고 사장 해볼까"…이진 소설 '카페, 공장'
메뉴판을 만들고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아 음료와 과자를 사서 영업을 시작한다.

오동면 최초의 카페가 탄생한 것이다.

이진이 쓴 청소년 장편소설 '카페, 공장'(자음과모음 펴냄)은 이처럼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던,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사업 이야기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었던 그 시절을 작가는 흥미로운 모험담으로 풀어낸다.

장난처럼 차린 카페이지만 학교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청소년들의 동네 명소로 떠오른다.

그러나 갑자기 유명해진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찾아오는 재료 수급, 불평 해결, 이익 배분, 근무 환경 등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생겨난다.

그래도 아이들은 큰 성취감을 느낀다.

하루하루가 비슷했던 따분한 일상과 달리 힘들지만, 다음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설렘 속에서 잠자리에 든다.

소녀들의 좌충우돌은 성공 스토리로 끝날 수 있을까?
서울에서 태어난 이진은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 일하다가 2012년 첫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이 제6회 블루픽션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특히 장편 '기타 부기 셔플'로 상금 규모 기준 국내 최대 문학상 중 하나인 수림문학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지난 3월 신센샤(新泉社)가 일본에서 번역 출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