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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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은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많은 여성들이 내 남자의 첫사랑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모르고 지나갔더라면 속이라도 썪지 않았을 텐데…첫사랑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말 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여성 A씨는 결혼 후 남편의 첫사랑 때문에 고민이다. 그는 "연예인을 봐도 감흥이 없던 남편은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 얼마나 좋아했던지, 주변 사람들이 다 알도록 그 여자를 쫓아다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은 군대 가서도 그 여자를 못 잊고 제대 후에도 좋다는 여자들을 다 차버리고 솔로로 지냈다. 이 사실을 아는 이유는 남편이 회사 사수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호남형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A씨 남편은 사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짝사랑하는 동료 직원들이 많았는데 A씨도 그 중 하나였다고.

회식 때 직장 상사의 질문에 남편은 술에 취했는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고, 여자 입장에서 부러울 정도로 애틋하게 이야기를 했다.

A씨는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했고, 짝사랑하던 여성에 대해서도 많이 물었다. 당시 유행하던 미니홈피 홈페이지를 통해 여자의 신상도 알려졌다. 손예진과 전지현 느낌이 나는 그 여성은 여자인 A씨가 봐도 아름다웠다.

A씨는 남편이 마음을 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며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해가 바뀌자 남편도 A씨 마음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고, 슬하엔 아이도 생겼다.

평화로운 결혼 생활의 첫 번째 위기는 바로 그 여자였다. 어느 날 남편이 동기 모임에 갔다가 만취가 되어 돌아온 것. A씨는 나중에 남편의 첫사랑이 모임에 참석한 것을 알았다.

A씨는 "동기 모임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그날의 사진이 올라왔다. 다들 카메라만 보고 있는데 남편만 홀린 듯 그 여자를 보고 있었다. 정말 참담한 마음이었지만 속으로 삼켰다"고 털어놨다.

이후 A씨는 결혼 생활 중에 보지도 않았던 남편의 폰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여성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

남편은 "억울하다. 진짜 단 한번이라도 만나주지. 기회를 주지 않은 네가 밉다"고 늦은 밤 그 여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첫사랑 여성도 답문자를 보냈지만 내용은 평범했다. A씨는 그저 남편이 짝사랑에게 그런 문자를 보냈던 것 만으로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밤 A씨는 남편에게 역정을 내며 결혼 후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다가 "몇년 만에 나타나 결혼 소식을 전하는데 20대 전부를 바쳐 사랑했던 사람이 너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 술김에 그랬다"고 털어놨다.

남편은 A씨가 보는 앞에서 짝사랑 여성의 연락처를 지우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A씨의 히스테리는 오래 갔다. 알고보니 임신 초기였고 심적으로 더욱 불안했다. 그는 "남편 주변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절절하고 맹목적인 사랑이었던 터라 힘들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여러번 화를 내자 남편은 "손이라도 잡고 입이라도 맞춰본 사이면 모르겠지만, 젊은 시절 그 여자에 대한 원망과 절대적인 사랑으로 보내서 술김에 그런 문자 보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해해 달라"고 애걸했다.

남편도 한계가 왔는지 A씨 앞에 무릎을 꿇고 "내겐 신앙 같은 사람이라 지금이라도 받아주면 다 버리고 달려갈 정도로 특별한 사람"이라며 "이렇게 사느니 그냥 이혼하자"고 울면서 말했다.

이후 A씨가 임신한 사실을 안 남편은 마음을 붙잡고 가정으로 마음을 붙인 듯 보였다.

A씨는 "그 여자 생각만 하면 당장이라도 이혼하고 싶었지만 가정적이고 좋은 아빠이고, 친정에도 살갑게 굴어서 그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위기는 최근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A씨 부부는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남편이 잠시 편의점에 간 사이 컴퓨터 카카오톡으로 알람이 울렸다.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던 A씨는 알람을 꺼 놓으려고 카톡을 봤다.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

단톡방에 참여한 여성은 결혼 후 이혼했다며 근황을 알렸고, 친구들은 수선스럽게 리액션을 해댔다. 프로필 사진 속 여성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남편은 그 여자가 올린 톡에 항상 'ㅎㅎㅎ' 같은 의미 없지만 존재를 알리는 대답을 꼭 올렸다.

어느 대화 중 남편은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절대 안 변한 것도 있겠지'라는 말을 보냈다. A씨는 그 말을 본 순간 직감했다. 남편은 아직 그 여자를 못 잊고 있다는 것을.

A씨는 "요즘 남편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잦아졌다. 결혼 후 한 번도 바람을 피우거나 하지 않았던 남편, 첫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그냥 가슴에 묻어두는 게 맞는건가? 생각만 해도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첫사랑이 현재 결혼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 또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첫사랑, 짝사랑은 이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첫사랑의 위력은 가슴 깊숙한 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첫사랑의 추억을 지키려는 자와 이에 따라 힘들어하는 배우자와의 싸움은 진흙탕이 되곤 하고,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첫사랑, 짝사랑을 기억하는 남편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가 그녀에게 보낸 문자를 부인이 발견했다. 부인은 상심이 크다. 자신이 사상누각의 애정 없는 결혼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자초지종을 묻는다. 남편은 자신의 추억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나아가 아내가 몰래 핸드폰에 손댔다며 더욱 큰 소리를 낸다. 남편과 싸우다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부인, 아내를 사랑하지 않고 그녀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여 부인과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자 하는 남편, 이미 결혼생활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이 변호사는 "첫사랑, 짝사랑의 파괴력은 다른 상황보다 그 파괴력이 크다"면서도 "단순히 결혼 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이어 "하지만 과거의 연인을 못 잊어 첫사랑의 사진과 편지 등을 보관하고 결혼 후에도 계속 만나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첫사랑 연인을 만나서 이혼까지 이르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만남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이혼까지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풋풋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첫사랑을 다시 찾아가 만나면 문제가 커지게 된다"면서 "만남이란 것이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게 되면서 첫사랑의 옛 감정이 살아나 연인의 관계로 발전한다면 혼인이 파탄될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고 과거의 풋풋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첫사랑은 순수하고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할 때 진정 아름답다. 당신이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배우자가 진정한 끝사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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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