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희소가치 되파는 '리세일'의 세계

▽ 명품부터 증정품까지 다양한 품목
▽ 운동화 경매 사이트 줄이어
명품 샤넬이 가격을 인상하기 전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명품 샤넬이 가격을 인상하기 전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1일 부산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인근 게이트 앞.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던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개장과 동시에 샤넬 매장을 향해 뛰었다. 이달 14일부터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에 벌어진 '오픈런'이다. 가격 인상이 단행된 다음날인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 상품인 중고 매물"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스타벅스 매장. 커피 음료 300잔을 주문한 한 여성이 마신 커피는 단 한잔이었다. 그의 목적은 17잔의 음료를 구입하면 1개씩 증정되는 '레디백' 17개였다. 나머지 음료 299잔은 매장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쐈다. 온라인 중고거래물품 카페에서 형성된 '핑크색 레디백'의 가격은 8만~10만원이었다.


이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가에서 화제가 된 사례들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들의 배경에는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입한 뒤 비싸게 되파는 ‘리세일’이 있다. ‘샤테크(샤넬+재테크)', '슈테크(슈즈+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등 신조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을 정도로 리세일은 활성화된 시장이다.

리세일이 사용하던 제품을 판매하는 '중고(中古)거래'와는 뭐가 다를까. 판매하는 제품이 중고일지라도 희소성에 따른 '프리미엄', 웃돈이 붙기 때문이다.

주요 리셀 품목으로는 명품과 함께 운동화, 패션 브랜드 한정판 등이 꼽힌다. 유명 브랜드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한 한정된 수량의 제품이 풀리면 이를 사 되팔 때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는 방식이다.

실례로 이달 26일 추첨을 통해 12만9000원에 판매된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 '벤 앤 제리스x나이키 SB 덩크 청키 덩키'가 한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최근 거래된 가격은 210만원. 현재 올라온 매물의 희망 판매 가격은 250만원이다.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 '벤 앤 제리스x나이키 SB 덩크 청키 덩키'. 사진=엑스엑스블루 캡쳐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 '벤 앤 제리스x나이키 SB 덩크 청키 덩키'. 사진=엑스엑스블루 캡쳐

과거 스웨덴 제조·직매형 의류(SPA) H&M과 스포츠브랜드 나이키 등이 협업 컬렉션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이유다.

혹은 정기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중고거래 가격도 꾸준히 유지되게 된다. 제품별로 가격을 최대 26%까지 인상한 샤넬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이 성장하는 리세일 시장을 키우는 세력은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로 꼽힌다. 한 제품을 오랫동안 소유, 간직하는 과거 세대와 달리 빠른 트렌드에 발맞춰 원하는 제품을 소비하려는 젊은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이란 분석이다.

MZ세대는 유행에 민감해 신상품을 빠르게 구매한 후 중고 시장에 되팔고 본인이 원하는 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웃돈도 개의치 않는다.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는 데다 쏠쏠한 수익을 겨냥한 재판매상, 리셀러가 등장하는 이유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 하이브랜드 등 패션에 대한 인식이 ‘소유’ 개념에서 ‘속도, 회전율’에 대한 개념으로 바뀌면서 일상의 트렌디한 패션을 공유하는 리세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성장하는 리세일 시장에 기업들도 편승하고 있다. 패션브랜드들은 주기적으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운동화 경매 업체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옥션블루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운동화 거래 플랫폼 'XXBLUE(엑스엑스블루)'를 선보였다.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도 조만간 한정판 운동화 리세일 플랫폼 ‘솔드아웃’을 선보인다. 과거 중고거래 장터로 취급되던 '중고나라'는 회원 규모가 2317만명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이 됐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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