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들의 공저 '완전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2018년 10월과 11월, 한국 대법원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기업이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공장에서 가혹한 노동을 시킨 문제에 대해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이는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한국 정부와 대법원을 비난했다.

나아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 국가 목록)에서 배제하는 등의 수출 제재 조치로 보복했다.

이렇듯 오늘날 한일 갈등의 이면에는 강제 동원 문제가 있었다.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이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적이 없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강제 동원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양국의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의미 있는 단행본이 출간됐다.

일본 변호사 6명이 자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책 '완전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가 그것이다.

한일 양국을 통틀어 대중을 대상으로 징용배상 재판 관련 이슈를 쉽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첫 저서여서 의미가 적잖다.

저자는 가와카미 시로, 김창호, 아오키 유카, 야마모토 세이타, 은용기, 장계만 씨 등 일본인과 재일교포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관련 재판과 한일 청구권협정 관련 이슈 17개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억지 주장과 오류를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국가 간의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제 동원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며, 양국이 이런 인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함께 체결된 청구권협정부터 살펴야 한다.

한일 간의 논쟁은 기본적으로 당시 협정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구권협정에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구절이 분명히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와 국민은 더 이상 일본에 식민지배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청구권협정을 맺으면서 한국에 제공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

저자들은 이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다.

일본은 회담 내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5억 달러 또한 피해 보상 명목으로 제공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법리적으로 한국이 일본에 책임을 물을 권리가 소멸했다고 해석하더라도 이는 국가가 자국민을 대신해 상대국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외교보호권'이 소멸됐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한일 양국의 법원 판결문, 협정문 등의 객관적 자료를 통해 밝힌다.

일본 정부도 2000년 무렵까지만 해도 이같이 해석했다.

하지만 이후 자국에 불리한 재판 결과가 잇따르자 돌연 말을 바꿔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사실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며 일본 측의 주장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오류투성이인지를 증명한다.

이번 책이 일방적으로 일본 정부만 비판하는 게 아니다.

경제협력자금을 얻기 위해 졸속으로 협정을 맺고, 피해자들의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인권을 구제하지 못한 측면에서 한일 양국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한일 양국 정부의 책임 소재를 넘어 강제 동원 문제를 해결키 위한 실질적 해결 방안도 내놓는다.

나치 독일의 만행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독일 정부와 기업이 인도적 목적으로 자금을 모아 보상한 '기억·책임·미래' 기금의 사례, 일본에서 니시마쓰건설이 기금을 창설해 중국인 강제 연행 문제를 해결한 사례 등을 제시하며 이번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강제 동원 문제는 국가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고 재차 강조한다.

가와카미 시로 변호사는 저자들을 대표해 쓴 서문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혹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소녀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구제받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는 사실이다"며 "오늘날 한일 정부와 일본 기업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대처하면서, 이들과 같은 피해를 받은 수많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승동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368쪽. 1만8천원.
"강제 동원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