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렌트' 연출가 이재은
"꿈과 사랑의 본질 담아…춤·노래로 내면 감정 끌어낼 것"

뮤지컬 ‘렌트’는 1996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뜨거운 열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살고 있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성소수자, 마약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소재들이 나온다. 파격적인 소재에도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 퓰리처상, 토니상 등을 석권했으며 47개국에서 5000회가 넘는 공연이 열렸다. 2000년 국내에서 초연됐을 때도 반응이 비슷했다. 관객들은 낯선 소재에 문화적 충격을 받으면서도,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동에 호평을 보냈다.

‘렌트’가 9년 만에 돌아온다. 이전과 같이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다음달 13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이번 공연을 연출하는 이재은 씨(사진)는 “‘렌트’는 파격적 소재를 뛰어넘어 꿈과 사랑, 죽음 등 더 강렬하고 진한 삶의 본질을 다룬 작품”이라며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띤 토론을 하며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에 2003년 입사해 17년간 ‘맘마미아’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렌트’는 브로드웨이 연출가 앤디 세뇨르 주니어와 함께 만든다.

‘렌트’는 지난해 10월 열린 오디션으로 큰 화제가 됐다. ‘프로 무대 세 편 이상 참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지만 약 1300명의 배우가 몰렸다. 세 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23명의 배우가 최종 선발됐다. 오종혁, 아이비, 최재림, 김호영 등 쟁쟁한 뮤지컬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다. ‘렌트’는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등 아름답고 다채로운 넘버(삽입곡)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오디션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것은 ‘노래 실력’이었다고 했다. “대사가 거의 없고 대부분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송 스루(Song Through)’ 공연이에요. 록, 탱고, 발라드, 리듬앤드블루스(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섞여 있어 노래가 매우 중요해요. 노래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에겐 정말 어려운 작품입니다.”

안무도 배우들의 감정을 한껏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즉흥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안무를 뽑아내죠. 춤보다 움직임에 가까운데, 보여주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끄집어내기 위한 동작입니다.”

‘렌트’는 한 세트의 무대 구성으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이 작품의 초연 전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만든 무대를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렌트’는 대부분 한 세트로 구성돼 있어요. 천재 작곡가였던 라슨을 추모하고 그가 만든 무대를 그대로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인 거죠. 덕분에 관객들은 각 캐릭터와 그들의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글=김희경/사진=김범준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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