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모습 2019.7.1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모습 2019.7.1 [사진=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판문점이나 비무장지대(DMZ)를 견학하는 방문객의 복장을 일일히 규제해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안보견학 규정' 문서에 따르면 DMZ를 방문하는 모든 방문객은 규정에 따라 '적절한 복장'을 갖춰야한다.

유엔사는 이 문서에서 "DMZ 방문객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용모를 갖추어야 한다"며 민간인의 경우 "반드시 간편복, 정장에 준하는 복장, 또는 정장을 적절히 착용"토록 규정했다.

그러면서 "양복 정장, 면바지, 폴로 스타일 셔츠나 칼라가 있는 정장용 셔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시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칼라가 없는 티셔츠를 입은 경우에는 방문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 소매가 없거나 복부가 노출되는 상의 ▲ 레깅스처럼 신축성이 과한 소재 ▲ 너무 큰 옷이나 지나치게 헐렁한 바지 ▲ 발가락이 노출된 신발 ▲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착용하는 가죽조끼 ▲ 큰 로고가 새겨진 상의나 체육복 ▲ 사냥용 복장 ▲군대식 위장무늬가 있는 옷 등은 모두 금지 대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판문점이나 DMZ를 견학하는데 유엔사가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복장 규정을 두고 통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깔끔하고 단정한 용모'라는 기준 자체가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규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남북이 휴전상황에서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는 현장인 만큼 복장에 있어서도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53년 체결된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DMZ 출입·군사분계선(MDL) 통과 허가권은 유엔사가 갖고 있다. 복장 및 용모 기준과 관련해서 최종 결정권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에게 있지만, 세부적인 복장 요건은 유엔사의 관할 지역 부대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해당 규정은 2015년 7월 개정된 후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판문점 견학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행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중단됐다. 정부는 이르면 6월 판문점 견학 시범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다.

유엔사측은 해당 규정이 비록 오래된 것은 맞지만 휴전 상황에서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특수한 장소인 만큼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진=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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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