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빈코리아는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럭키백을 20일 다시 선보였다. 기자가 구입한 커피빈 럭키백에 담긴 제품들.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커피빈코리아는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럭키백을 20일 다시 선보였다. 기자가 구입한 커피빈 럭키백에 담긴 제품들.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7년 만에 돌아온 커피빈 럭키백에는 어떤 제품이 담겼을까.

커피빈코리아는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럭키백을 20일 다시 선보였다. 기획상품(MD)과 커피 제품, 음료 쿠폰 등의 상품 6~8가지를 랜덤으로 구성한 럭키백을 3000개 한정 판매했다. 대박은 어려워도 밑지지도 않는다는 럭키백이다. 기자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란 뜻의 신조어)한 럭키백을 ‘언박싱(unboxing)’했다.
커피빈코리아가 7년 만에 럭키백 상품을 내놨다. 기자가 구입한 커피빈 럭키백.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커피빈코리아가 7년 만에 럭키백 상품을 내놨다. 기자가 구입한 커피빈 럭키백.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 커피빈 럭키백 언박싱…10분의 1 '대박'은 없었다

커피빈 광화문점을 찾은 기자는 해당 매장의 1번 타자로 럭키백을 구입했다. 럭키백을 매장에 진열해 고객이 직접 고를 수 있던 스타벅스와 달리 커피빈은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별도로 골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로또로 치자면 수동이 아니라 자동인 셈이다.

기자의 당첨운은 어땠을까. 준비수량 3000개 중 300개의 럭키백에는 무료음료권 3장이 추가로 들어 있다. 직원에게 넘겨받은 럭키백은 꽤나 묵직해 기자의 기대를 키웠다.

아쉽게도 기자는 상위 10%에 속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열어본 쿠폰이 든 봉투에는 무료음료권 2장과 제조음료 1+1 쿠폰 2장 만이 기자를 반겼다.
커피빈코리아는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럭키백을 20일 다시 선보였다. 기자가 구입한 커피빈 럭키백에 담긴 제품들.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커피빈코리아는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럭키백을 20일 다시 선보였다. 기자가 구입한 커피빈 럭키백에 담긴 제품들.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나머지 MD 제품들의 당첨운은 어땠을까.

가장 비싼 제품은 슬림 텀블러(정가 2만1000원)와 스트로보틀(1만8000원)이었다. 함께 들어있는 보라색 부직포 봉지에는 4500원짜리 '커피빈 카페라테 10T'와 파우치 제품인 아메리카노, 헤이즐넛 라떼가 들어있었다. 파우치 제품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10개 묶음 제품만 판매해 10분의 1로 가격을 환산, 각각 1500원씩으로 쳤다. 매장에서 개당 29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치즈 고구마칩도 함께 나와 공복인 기자를 즐겁게 했다.

이와 함께 재고품으로 추정되는 스페셜·리미티드 에디션 제품들이 잇따라 나왔다.

스페셜 에디션 워터드롭 텀블러(9500원)에 이어 나온 블라썸 리유저블 텀블러는 출시 당시 음료와 함께 구매 시 개당 6900원에 구입할 수 있던 제품이다. MD만 합산한 가격은 6만5800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비매품인 전용 머그가 1개씩 담겨 있고, 음료 4잔 가치를 가진 쿠폰 가격을 대략 2만원 안팎으로 추산하면 두 배가 조금 넘는 제품들이 나온 셈이다.

다만 럭키백에 동봉된 교환권의 유효기간은 오는 8월 말까지다. 또한 음료교환권을 사용할 경우 아침 시간에 저렴하게 먹거리를 추가할 수 있는 '해피모닝' 프로모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등은 염두에 둬야 한다.
20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 한 커피빈 매장에서 고객이 커피를 구입하고 있다.(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20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 한 커피빈 매장에서 고객이 커피를 구입하고 있다.(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 7년만…커피빈 럭키백, 대란은 없었다

7년 만에 돌아온 커피빈 럭키백이지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7시까지 서울 광화문역 인근 커피빈 매장 3곳(세종문화회관옆점·광화문점·광화문역1번출구점)을 방문한 결과, 개점 전 럭키백 구입을 위해 대기열이 늘어선 매장은 없었다.

광화문점에서는 기자가 처음으로 럭키백을 구입했다. 매장 개점 후에도 럭키백을 찾는 고객들이 드물었다. 광화문점의 경우 오전 8시까지 두 번째 럭키백 구입 고객은 없었다. 다만 매장별로 10개 안팎의 럭키백이 입고된 만큼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중심가 매장에서는 점심시간에 동이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앞서 커피빈코리아는 2013년 커피빈 50주년을 기념으로 럭키백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5만원에 판매된 럭키백은 준비수량 5000개가 당일 품절됐다.

럭키백은 국내 유통업계에 널리 확산된 마케팅기법이다.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지만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와 뽑는 재미가 더해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기 좋기 때문이다. 판매처 입장에서는 쌓인 재고를 효과적으로 소진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이 같은 럭키백은 일본 백화점의 새해맞이 행사인 후쿠부쿠로(福袋·복주머니)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재고를 떨이로 판매하기보다 행운이란 개념을 더해 '복불복' 마케팅으로 발전시켰다. 주머니 혹은 박스에 담긴 물건이 '대박'이지 않더라도 통상 구입가 이상의 정가로 구성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올해 1월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2020년 럭키백 세트를 구입하고 있는 모습.(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올해 1월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2020년 럭키백 세트를 구입하고 있는 모습.(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럭키백의 '장인'은 스타벅스코리아다. 2007년부터 선보인 럭키백은 매해 재고떨이 상술에 불과하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뒤따르지만 충성고객이 몰려 완판되는 인기 상품이었다다. 과거에는 매장 개장 전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인기가 시들하다.

지난 1월 스타벅스 2020 럭키백 1만7000개 판매 때도 예년과 같은 대란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격이 꾸준히 인상된데다 매년 반복되는 이벤트인 만큼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커피빈 뿐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빌미로 다양한 럭키백이 쏟아진 바 있다. 롯데마트가 어린이날을 맞아 '유아완구 럭키박스'를 선보였고, 편의점 이마트24도 '기프트박스'란 이름을 달고 레고와 손오공 제품을 담은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에서 재고가 쌓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럭키백 행사가 한층 잦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럭키백은 판매처 입장에서는 시즌별로 쌓이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창구"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둔화돼 재고가 쌓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통업계에서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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