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수학박사의 슬기로운 수학 생활·중력의 키스

▲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과학 작가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과학과 수학, 그리고 철학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 쟁점과 주제를 다룬다.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첫 장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과 늘 침울하고 고독하고 비관적인 수학자 겸 논리학자이며 프린스턴대학 동료인 쿠르트 괴델 사이의 특별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27년의 나이 차이만큼이나 성격도, 기호도 달랐지만 둘 다 이 세계는 우리 개개인의 인식과 무관하게 합리적으로 조직돼 있으며 결국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점에서는 일치했다.

지적인 고립의 감정을 공유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위안을 찾았다.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난 후 괴델은 더욱더 내성적으로 변해 갔고 노년에는 망상에 시달리다 독살을 염려해 음식을 거부한 끝에 병원에서 영양실조로 숨지게 된다.

책은 이 밖에도 수학자 에미 뇌터부터 컴퓨터 선구자 앨런 튜링, 프랙털의 발견자 브누아 망델브로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사상가뿐만 아니라 학계 또는 대중에게 홀대받은 사상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한다.

여기에는 등장인물들의 어처구니없는 측면도 포함된다.

찰스 다윈의 외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은 일기예보와 지문 감정 분야를 개척하는 등 다재다능하고 남긴 업적도 크지만, 선택적 번식을 통해 인류를 '향상'하겠다는 유사 과학의 아버지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군이론의 창시자인 에바리스트 갈루아는 스물한살 생일을 앞두고 한 여성의 명예를 지켜주려는 결투에서 숨졌고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알렉산더 그로텐디키는 피레네산맥 기슭에서 민들레 수프로 연명하며 은둔하다 삶을 마감했다.

이처럼 책은 과학자, 수학자, 철학자들의 인생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 학계의 쟁점들을 다룬다.

'물질, 공간 및 시간은 무한히 나눠질 수 있을까', '무한히 작다는 무한소의 기념에서 실재는 한 통의 시럽처럼 연속적인가, 아니면 한 무더기의 모래처럼 개별적인가', '수학자들은 왜 모든 수학 중에서 가장 위대한 미해결 문제이자 어쩌면 인간이 생각해낸 것 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르는 리만 제타 가설을 증명하려고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고 있을까'와 같은 문제들이다.

소소의책. 508쪽. 2만7천원.
[신간]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하버드 수학박사의 슬기로운 수학 생활 = 크리스티안 헤세 지음, 장윤경 옮김.
인공지능(AI) 시대에 빅 데이터나 알고리즘 등 첨단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AI가 다루는 수학 이전에 우리 일상은 단순한 '셈'으로 이뤄져 있다.

수학 박사이자 대학교수인 저자는 계산기나 AI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다양한 셈의 원리를 소개한다.

막대기 몇 개로 복잡한 곱셈을 단숨에 처리하는 데서부터 명쾌하게 나누어떨어지는 수를 찾고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제곱근을 구하기까지 학교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기상천외한 계산 방법이 많이 나온다.

위대한 수학자들의 사고방식도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우스는 1부터 100을 차례대로 더하는 대신 1에서 100까지 수를 나란히 두 번 나열해 더하고 이를 다시 나누는 창의적 방법으로 복잡한 셈을 간단히 해결했다.

'회문의 등식'처럼 신기하고 놀라운 수학의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기러기'나 '다가가다'처럼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똑같은 '회문'의 단어처럼 앞에서부터 계산하건 뒤에서부터 계산하건 같은 등식이 '회문의 등식이다.

'64X23=32X46'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이밖에 엄청나게 큰 숫자를 똑 나누어떨어지게 만드는 수의 규칙, 9거법과 11거법을 활용한 카드 마술, 다섯제곱근 문제를 순식간에 푸는 법, 달력을 보지 않고도 임의의 날짜가 무슨 요일인지 알아채는 법 등 기발한 문제들이 사고를 자극하고 지적인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추수밭. 340쪽. 1만6천원.
[신간]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중력의 키스 = 해리 콜린스 지음, 오정근 옮김.
2016년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라이고(LIGO) 협력단의 활동 과정을 정리했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할 때 생기는 중력의 변화가 시공간을 전파해 가는 시공간의 잔물결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파동방정식을 유도해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했으나 미약한 중력파의 실재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과학계의 숙제로 꼽혀 왔다.

책은 중력파로 확증된 신호 'GW150914'가 검출된 2015년 9월 14일부터 시작해 2016년 2월 논문이 발표되기까지 라이고 협력단 내부에서 발견이 참으로 확정되는 과정, 또 논문이 세상에 공표되고 중력파의 실재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과정을 기술한다.

저자는 과학사회학자이지만, 세계 곳곳의 과학자 1천250명이 참여하는 라이고 협력단의 중력파 검출 프로젝트의 일원이 될 수 있었고 과학계 외부에서는 유일하게 이 조직 구성원들이 상호 간 소식과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트에 접속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40여년간 전문가 집단에서 교류하고 사람들과 접촉하며 놀라울 정도의 인맥과 전문지식을 쌓은 덕분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중력파 자체의 과학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는 중력파 검출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주고받은 1만7천 통의 이메일과 원격 회의 기록을 바탕으로 과학자 공동체를 휩쓸었던 엄청난 혼란과 흥분, 의심, 갈등, 소문을 추적한다.

쏟아지는 이메일을 분석하며 발견에서 선언까지 내달리는 과정을 한 편의 스릴러처럼 재구성했다.

글항아리. 568쪽. 3만2천원.
[신간]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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