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 오닐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 중저음 선율로 위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콘서트를 연다. 전 지구적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공연 이름도 ‘당신을 위한 기도’로 정했다.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6일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등에서 공연한다. 애초 같은 날 자신의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 콘서트로 변경했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객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참석이 어려운 팬들을 위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이달 초 미국에서 귀국해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용재 오닐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 모두가 코로나19에 대응하려 똘똘 뭉쳤다. 이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로 부상했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공연을 할 수 없는데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원래 하피스트 에마뉘엘 세송,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와 함께 공연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협연자들이 한국을 방문하기 어려워졌다. 용재 오닐은 공연 콘셉트를 바꿨다. ‘위로’에 초점을 맞췄다. 본인도 공연을 통한 위로가 필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 삶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난 3월 초 미국 뉴욕에서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와 온라인 공연을 한 후 모든 공연이 취소됐습니다. 콘서트 비올리스트의 삶을 시작한 이후 가장 극적인 공백이었죠.”

그는 공연 1부에서 드보르자크의 ‘4개의 로맨틱 소품들’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 ‘밤인사’ ‘보리수’ ‘봄의 꿈’ ‘마왕’을 들려준다. 이어 2부에서는 자신의 음반 ‘눈물’ 수록곡을 연주한다. 페르난도 소르의 ‘라 로마네스카’, 프리드리히 브르크뮐러의 ‘야상곡-안단티노’, 자크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 등이다. “‘눈물’은 제 음악생활 초기에 녹음했던 음반입니다. 당시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느꼈던 감정을 담았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선다. 양인모는 2015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용재 오닐은 “양인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라며 “저 같은 ‘아저씨’랑 같이 연주해주는 게 행운”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인모에게 디토 페스티벌에 함께하자고 권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사실 그가 거절한 게 더 기뻤어요. 유명인이 되려는 마음보다 음악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2012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라쉬코프스키는 지난해 디토 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로 용재 오닐과 호흡을 맞춘다. 용재 오닐은 “일리야는 관객들이 듣기 쉽게 피아노를 치면서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