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서 '포스트 코로나 공연예술' 토론회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 국내 공연계 상황이 승자독식 구조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 교수는 14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공연예술: 조망과 모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공연의 영상화가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허 교수는 "자본력이 있고, 인력도 풍부한 곳에서 만든 영상 콘텐츠 때문에 90% 이상의 평범하거나 소박한 콘텐츠를 만드는 민간업체들은 고사할 위험이 있다"며 "결국 공연시장은 (자본에 의한) 승자독식 구조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공연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무관중 온라인 공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크고 작은 극장들은 기존 공연을 상연하거나 온라인용 공연을 새로 제작하며 관객 모으기에 나섰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예술의전당이 유튜브로 중계한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공연 영상은 3월 중순부터 2주간 상영돼 조회 수 73만여회를 기록했다.

'싹 온 스크린'은 예술의전당이 2013년부터 진행한 공연예술 영상화 프로젝트로, 편당 카메라가 10대 이상 들어가고, 제작 기간만 4~7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예술의전당 정도의 수준을 보이는 공연단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무관중 공연은 조회 수가 수백에서 수천회 수준에 불과하다.

송현민 '객석' 편집장도 해외 공연단체는 공연을 영상화하는 '비주얼 디렉터'가 있어 높은 퀄러티의 영상을 만들고 있다며 "영상은 산업이다.

테크놀로지를 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와 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좋은 영상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장지영 문화부장도 "국내 영상 콘텐츠의 경우 일부 공연을 제외하면 해외 콘텐츠에 견줘 평면적이다"며 "국내에선 스타가 출연하는 대형 인기 창작 뮤지컬 같은 인기 공연 정도만 자생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보다는 개인의 도전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장편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테크놀로지가 발전해 반드시 공연 영상을 만드는데 대자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지금은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무언가를 만드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찍을 수 있는 시대"라며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이 자본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선 극장 형태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허 교수는 "통풍이 잘되고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다양한 공연장 플랫폼이 개발되어야 한다"며 "한옥과 같은 공간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시대 이후 공연계 승자독식 구조 위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