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갑갑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욕구와 함께 숲속에서 하는 명상과 필라테스 등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커버스토리] 언택트 여행-아웃도어 ③ 명상·필라테스
◇ 코로나19로 주목받는 명상·필라테스

최근 코로나19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에서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 디팩초프라의 명상 스트리밍 서버가 다운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명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벌어진 일이다.

명상은 심박 수와 혈압, 스트레스 지수 등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벨의학상을 받은 한스 셀리에 박사는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명상은 면역력을 증대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기왕 명상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얇은 요가 매트를 하나 매고 가까운 산을 찾는 것도 좋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은 뇌에서 발생하는 알파파도 증가 시켜 심리적 안정을 회복시키고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시켜준다고 한다.

명상의 첫걸음은 잡생각과 스트레스 등을 숲속에 내려놓고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음을 애써 비우려고 생각하지 말고, 주변 자극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새 소리나 숲 소리, 바람 소리 등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이 들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오감을 숲에 집중시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그것을 '명상에 빠져들었다'고 표현한다.

바깥에서 명상하다 보면 체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매트를 이용한 간단한 필라테스 동작들이다.

매트를 들고나온 김에,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숲속 필라테스'도 시도해보자. 숲속 필라테스는 체온을 높여준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본의 이시하라 유우미 의학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나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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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필라테스는 대부분 아랫배에서부터 전신 코어근육을 잡아주는 동작들이다.

또한 가슴이 아니라 배로 하는 복식호흡을 유도해, 숲속 공기를 마시게 한다.

숲속의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혈액순환도 촉진하고 면역력도 높이게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 제천 치유의 숲

충북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 일원에 들어선 '국립 제천 치유의 숲'은 비단을 수놓은 것과 같다 해서 이름 지어진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곳이다.

특히 전망이 아름답고, 계곡 길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숲길이 61.3㏊나 되는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개장한 치유의 숲은 일반 고객과 가족 단위 고객들을 상대로 상시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사람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 프로그램도 있다.

치유의 숲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장에서 저 멀리 산 아래가 내려다보인다.

해발 고도가 540m다.

김창휴 센터장의 안내를 받아 먼저 치유센터 옆으로 길게 산허리를 가로지른 '건강치유숲길'로 들어섰다.

치유의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타당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음이온과 피톤치드, 햇볕 등 산림환경요소를 수치로 측정한다.

숲이 울창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제천 치유의 숲의 대표적인 산림휴양 치유 인자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이다.

2016년 측정된 피톤치드는 하루 1.0ppt, 음이온은 ㎤당 약 1만개로 나타나 합격점을 받았다.

음이온은 계곡을 끼고 있으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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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있냐고 물어보니 건강 치유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고 한다.

내려가 보니 과연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있었다.

거기서부터가 '음이온치유숲길'이다.

역시 계곡 따라 난 이 길을 약 200m가량 걸어 내려가면 '숲내음치유숲길'이다.

약간 경사도가 있어 숨을 헐떡여야 하는 구간이다.

약 20분간 500m 구간을 올라가면 치유센터로 다시 원점 회귀하게 돼 있다.

치유센터 바로 아래에는 '자작나무 숲길'이 따로 조성돼 있다.

숲길 가운데 데크가 넓어지는 곳에서 숲속 명상·필라테스 교실을 운영하는 치유센터 박지혜 주임의 안내로 명상과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코로나19로 4월 말까지 일반인 개방을 중단했다가 최근 코로나19가 다소 잦아들자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처음 시도하는 명상은 의외로 힘들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자꾸만 잡념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다음은 숲속 필라테스 체험이었다.

온몸이 굳은 중년 남성으로서는 처음 접해보는 필라테스가 꽤 힘들었다.

제대로 자세를 취하려니 관절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쉬운 자세를 따라 해보니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었다.

실내에서는 보통, 기구를 사용하지만, 숲속 필라테스는 공기와 바람, 햇볕 등을 즐기며 여러 자세를 취해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택한다.

우선 두손을 모은 채 한쪽 다리를 드는 '나무 자세'를 취해봤다.

이 자세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간뇌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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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자세는 한쪽 손과 반대편 다리를 죽 뻗어 올린 '선활' 자세였다.

허리와 다리, 엉덩이 근육을 강화해주며, 옆구리 군살 제거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역시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었다.

군대에서 받았던 얼차려가 떠올랐다.

몇 분 안 돼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마에 솟은 땀은 불어오는 미풍에 어느덧 날아갔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치유의 숲은 무료 개방이지만, 체험 프로그램 등은 유료다.

치유의 숲은 건강측정실과 세미나실, 운동요법실, 상담요법실 등을 갖추고 있다.

건강측정실에서 테스트를 해봤다.

혈관 나이가 D등급으로 나왔다.

주당 몇차례 힘찬 운동을 할 것을 권유받았다.

◇ 대전숲체원

숲체원은 식사가 제공되는 숙소에서 산림과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시설이다.

지금까지 강원도 횡성 등 모두 5곳의 숲체원이 문을 열었다.

그중 국립대전숲체원은 지난해 말 대전시 유성구 성북동 빈계산과 금수봉 사이 33㏊에 달하는 골짜기에 새롭게 개장했다.

방동저수지를 지나 호젓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저 멀리 나무로 지어진 국립대전숲체원이 눈에 들어온다.

목조건물로 멋을 낸 안내센터와 대강당 건물이 보인다.

진입로를 따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교육동과 식당이 있는 '채움관'이 보인다.

이곳에선 제철 식자재를 활용한 건강 식단을 제공한다.

그 옆으로는 단체형 숙소인 새솔관이 단독 건물로 들어서 있고, 다양한 타입으로 설계된 개별형 숙소인 나래마을이 숲속의 오두막집처럼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19로 숙소는 문을 닫았지만, 아름다운 숲길은 개방돼 있어 많은 시민이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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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로 향하려면 '무장애 데크길'을 통해야 한다.

장애인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엘리베이터가 바로 숲길로 연결해 주는 구조다.

엘리베이터로 숲에 진입하는 전국 최초의 시설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주변 숲길은 내부 순환숲길(500m), 솔내음길(700m), 계곡 길(900m) 등으로, 빈계산과 금수봉의 기존 등산로와 연결돼 있다.

약 1∼2시간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숲체원에는 치유의 숲처럼 필라테스 프로그램은 없지만, 때마침 계곡 길에서 일부 시민이 참가하는 명상과 필라테스 시범 프로그램이 열린다 해서 가보았다.

숲체원 직원인 고서림 대리의 안내로 무장애 데크 길을 거쳐 임도를 20여분 올라가다 보니 작은 정자가 나타났다.

그곳에서는 운동하러 올라온 노인들이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보통 명상이나 필라테스는 실내 또는 무장애 데크길 가운데 있는 넓은 데크에서 열리지만 이번에는 피톤치드가 많은 계곡 길이었다.

정해진 자리가 아니라 숲속이라 바닥도 정리가 안 됐지만, 분홍빛 진달래가 지천으로 펴 왠지 봄기운이 느껴졌다.

제천에서 한번 경험이 있었던 터이지만, 생각을 비운다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특히 조금이라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필라테스는 제천에서의 체험으로 눈에는 익었지만, 여전히 따라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전숲체원은 5월부터는 일부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근의 세동 농촌체험마을을 찾은 '숲활농활'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첫 대상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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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천 치유의 숲

약 1.5km 구간인 치유숲길은 주중 오전 10∼12시, 오후 2∼4시와 4∼6시 3차례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예약한 단체 인원만 활용할 수 있다.

단체 프로그램은 숲속 명상과 필라테스가 포함돼 있다.

소규모 일반 방문객들은 산림치유센터에서 건강측정, 족욕, 한방차 체험 등을 주중 하루 2차례 (오후 2∼3시, 4∼5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방문객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최소화를 위해 회차당 10인 이하로 제한되며, 단체 프로그램 운영 시에는 자작나무 숲길과 약초원 등의 숲길만 허용된다.

대전숲체원

대전숲체원에는 일반단체 고객을 비롯해 청소년, 유아,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리엔티어링, 오감만족숲길라잡이, 숲속트레킹, 통나무명상 등이 있다.

소요 시간은 1∼2시간이다.

현재 프로그램과 숙박시설은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열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