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 1937년 난징 대학살을 가해국인 일본 작가가 피해국인 중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훗타 요시에의 장편소설로 일본 전후 문학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일본은 '내선일체'(內鮮一體) 기조로 동화 정책을 펼친 조선에서와 달리 중국 점령지에서는 매우 폭압적 행태를 보였다.

일본군은 중국 현지에서 살육과 생체 실험, 강간, 파괴를 일삼았다.

특히 난징에서는 무자비한 대살육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이전 전후문학이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데 치우치는 것에 반해 훗타는 이런 역사수정주의적 관점을 거부하고 인류보편적 시점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성의 파괴를 다룬다.

작가는 무엇보다 난징 대학살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제삼자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설정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려 애쓴다.

임신 중이던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잃은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포로들을 기관총으로 살육하는 모습은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한다.

글항아리. 264쪽. 1만5천원.
[신간] 시간·나의 할머니에게·호랑이 눈썹
▲ 나의 할머니에게 = 문단의 허리를 이룬 여성 작가 6명이 '할머니'를 주제로 쓴 단편소설을 엮었다.

우리 시대 할머니는 듣기만 해도 정겨운 존재이지만 가장 소외된 존재이기도 하다.

전쟁을 겪기도 했고 개발 시대에는 온갖 고생과 성적 불평등에 시달렸다.

요즘 청년과 중년 여성들처럼 문명과 자본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성 평등이나 희생을 자신의 입으로 주장하지도 않았지만, 늙고 병든 몸이 돼서도 다시 젊은 딸과 아들 대신 손주들을 키워낸다.

누군가의 편안함과 안락함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보장되는 것이기에 '할머니는 평생을 희생 중이다.

젊은 여성 작가들이 이런 윗세대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있는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이 각각 '어제 꾼 꿈', '흑설탕 캔디', '선베드', '위대한 유산', '11월행', '아리아드네 정원'을 썼다.

다산책방. 240쪽. 1만4천800원.
[신간] 시간·나의 할머니에게·호랑이 눈썹
▲ 호랑이 눈썹 = 분단과 통일 문제를 다뤄온 작가 손석춘의 열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른바 '빨갱이'에 부모를 잃고 반공을 기치로 삼아온 사내의 인생 이야기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1980년 5·18에는 제11 공수부대에 배치돼 진압에 참여한다.

작가는 이 주인공을 역사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그린다.

단비. 292쪽. 1만3천원.
[신간] 시간·나의 할머니에게·호랑이 눈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