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정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가게를 정리할 수도, 다른 대안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충북 청주에서 고깃집을 하고 있는 엄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손님이 크게 줄자 직원도 반으로 줄였지만, 상황이 나아질 틈이 통 보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엄씨도 폐업 생각을 아예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해 폭염과 돼지열병 사태도 버텨낸 가게인데, 마땅한 대안 없이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2020년 5월 7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2020년 5월 7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2020년 4월 30일 석가탄신일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곳곳에 사람들이 북적댄다는 기사에 엄씨는 순간 희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할인 행사도 실시하고 홍보도 크게 했죠.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처럼 기업이 많아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가 아니면, 지방에서 사람들이 돈을 쓰는 일은 현 상황에서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엄씨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자영업자들 모두 같은 처지"라며 "올해까지 존폐의 위기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최근 일부 상권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기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지만, 2019년 폭염과 돼지열병, 2020년 코로나19까지 겪으며 겹겹이 쌓여온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이 한 순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020년 4월 28일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연합뉴스
2020년 4월 28일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연합뉴스
뉴스래빗이 코로나19로 소비가 얼어붙은 2020년 2~4월 음식점 폐업 현황을 살펴봅니다. 요식업계의 어려움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지표죠.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나, 서울 등 특정 지역의 폐업 현황은 조명된 적 있지만 코로나19 전체 기간의 전국 폐업 수를 집계하는 건 뉴스래빗이 처음입니다.

코로나19는 과연 전국 음식점을 폐업하게 만들었을까요. 집계 결과,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식당들은 여전히 버텨내는 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전국 폐업 건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 3월과 4월을 비교해도 폐업 건수가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소폭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개방(LOCALDATA, 이하 '행정안전부 데이터') 웹사이트에 업종별 개·폐업 현황을 원본 데이터(raw data)로 공개한다. 건강·동물·문화·생활·식품·자원환경·기타 등 7개 카테고리 내 191개 업종에 이른다.

이 중 뉴스래빗은 자영업 타격이 심한 곳으로 추정되는 '식품' 카테고리 내 32개 업종의 폐업에 주목한다. 이 32곳 중 축산이나 옹기류제조업 등 음식점 소상공인과 거리가 먼 업종은 제외했다. 최종 대상으로 삼은 업종은 총 21가지이다. 급식, 식품 제조·가공·판매, 유흥주점·단란주점, 음식점 등이다. 이 데이터를 월별, 업종별, 지역별로 분석해 폐업 추이를 살핀다.

뉴스래빗은 독자에게 가장 최신의 음식점 폐업 현황을 제공하기 위해 2020년 4월 30일까지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했다. 2020년 5월 수집한 최신 자료다.
2~4월 폐업, 작년보다 줄었다
'코로나 100일' 여전히 버티는 중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했던 2020년 3월과 4월을 비교해보니 폐업 건수가 한 달 새 다소 감소했습니다. 3월 1만3368건이었던 폐업 수가 4월 1만3138건으로 소폭 줄었죠. 3월이나 4월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데이터를 좀 더 장기간으로 펼쳐볼까요.


매년 2~4월은 한 해 중 폐업 수가 적은 시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은 달은 매년 2월입니다. 2018년 2월 1만727건, 2019년 2월 1만1711건으로 그 해 열두 달 중 가장 적은 폐업 수를 기록했죠.

2020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1~4월까지의 월별 폐업 수 중 2월이 1만1782건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1월 1만4582건, 3월 1만3368건 대비 약 1500~2800건 가량 적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패턴 그대로 2020년에도 3월 들어 폐업 수가 한 달 새 1586건 늘었습니다. 다음 달인 2020년 4월에도 3월과 비슷하게 1만3138곳이 폐업 신고를 했죠.

이렇게만 보면 '3~4월 들어 폐업이 늘어났다'고만 생각될 수 있지만, 이런 경우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봐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동인구가 줄어들었던 2020년 2~4월, 전국에서 접수된 폐업 신고는 총 3만8288건입니다. 전년 같은 시기인 2019년 2~4월을 합한 4만494건보다 2206건 적죠. 계절 등 연간으로 반복되는 요소들을 고려하면, 2020년 2~4월엔 예년보다 폐업이 덜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17개 시도 중 11곳 감소, 6곳 증가
폐업 늘어난 곳도 증가폭은 크지 않아

전년 같은 시기보다 오히려 덜한 폐업, 시도별로 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소상공인도 많고, 폐업도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입니다. 경기도에서는 2020년 2~4월 식품 관련 사업장 9573곳이 폐업했습니다. 2019년 2~4월(9845건)보다 272건 줄었죠.

매년 경기도의 뒤를 잇는 서울시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2~4월 폐업 수(8263건)가 2019년 2~4월(8981건)보다 718건 적습니다.

광역 시·도 17곳 중 절반이 넘는 11곳에서 폐업 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서울, 경기 뿐만 아니라 경남(2791→2692건, -3.5%), 경북(2475→1823건, -26.3%), 대구(1717→1440건, -16.1%), 대전(1092→885건, -19%), 부산(2287→2200건, -3.8%), 울산(846→821건, -3%), 전남(1229→1110건, -9.7%), 충남(2072→1691건, -18.4%), 충북(1297→1218건, -6.1%)에서 2020년 2~4월 폐업 수가 2019년 2~4월에 비해 감소했죠.

2019년 2~4월 대비 2020년 2~4월 폐업이 늘어난 곳은 강원(1347→1356건, 0.67%), 광주(890→896건, 0.67%), 세종(224→284건, 26.8%), 인천(1902→2031건, 6.8%), 전북(1069→1154건, 8%), 제주(430→851건, 97.9%) 등 6곳입니다.

폐업 건수가 26.8% 늘어난 세종이나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타격이 컸던 제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폐업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증가폭이 0.7~8% 사이로 높지 않습니다. 폐업이 감소한 지역과 증가폭이 미미한 지역을 합하면 사실상 대부분 지역의 식당들이 버티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폭염·돼지열병·코로나
'3단 펀치'에도 줄어든 폐업
"대안 선택할 상황 못되기 때문"

전문가는 식당들의 상황이 폐업도 어려울 만큼 나쁘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폐업이란 결국 업종 변경 등 다른 대안이 있을 때 하게 되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경기가 안 좋으니 다른 대안을 선택할 만한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시기 보다 폐업 수가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 5월 7일 서울 명동의 음식점 밀집 거리.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2020년 5월 7일 서울 명동의 음식점 밀집 거리.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서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일단 위기는 넘겼다고 보면서도, 불경기에 폐업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모순적인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억눌렸던 폐업 수가 올해 안에 급증하는 시기가 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심화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정부의 소비진작 대책에 따라 위축된 소비는 점차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그 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경영안정을 위한 다수의 지원책들이 마련되어 코로나19로 인한 대량 폐업 위기는 한 고비 넘겼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와는 별개로 그간 장기화된 경기침체, 시장정체와 고질적인 과당경쟁으로 인해 누적되어 왔던 리스크(부채 등)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오면 폐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며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내가 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폐업 폭증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 자영업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식당 폐업 수는 계속 지켜보며 추가 대응책이 필요하겠습니다. 뉴스래빗은 정부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단독] 코로나 100일간 줄어든 폐업… 출구조차 못찾은 자영업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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