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untact)’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륜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사고 사망자도 작년보다 15% 늘었다. 택배나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신호위반과 과속을 해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시민의 제보를 통해 이륜차 사고를 줄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불법을 일삼는 이륜차를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법령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 폭주…오토바이 사고 나홀로 증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5일까지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등 이륜차 사고로 123명이 사망했다. 전년 동기(107명)와 비교하면 15% 늘었다. 이 기간 보행자·고령자·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14~15% 감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교통량이 줄었기 때문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륜차만 사망자 수가 늘었다”며 “배달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오토바이 사고가 지난 2~3월 94건 발생하며 지난해 동기(71건)보다 32.4% 늘었다. 3월 모바일을 통한 배달음식 거래액은 1조1858억원으로 전년 동기(6349억원) 대비 84.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19.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다.

과거에는 음식점이 배달원을 뒀지만 지금은 개인사업자인 배달기사가 배달업체에서 건당 배달료를 받고 일한다. 국내 음식 주문 앱 1위 배달의민족에 소속된 기사 2300여 명은 모두 개인사업자로 건당 배달료는 3000원대다. 배달기사로 일하는 조모씨는 “시간당 배달 세 건을 해야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맞출 수 있다”며 “배달료를 더 많이 받으려면 운전을 험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오토바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를 무리하게 추적하면 2차 사고 위험이 큰 탓에 현장 단속도 쉽지 않다”며 “승용차와 달리 차량 번호판이 뒤에만 붙어 있어 영상으로 감식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찰 단속만으로는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시민 제보단을 만들어 활용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일 이륜차 단속을 위한 ‘교통안전 공익제보단’을 발족해 오는 10월 말까지 운영한다. 제보단에 속한 시민 1000여 명은 이륜차의 신호위반, 인도 주행, 횡단보도 통행 등 불법행위를 동영상으로 찍어 제출한다. 제보자에게는 신고 건수당 5000원을 포상금으로 준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도 중요하지만 배달업체와 기사의 인식 제고가 더 시급하다”며 “운전 중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