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의 힘

▲ 디즈니만이 하는 것 = 로버트 아이거 지음, 안진환 옮김.
세계 최대의 미디어 그룹 월트디즈니컴퍼니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저자가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해가던 디즈니를 일류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겪은 일화들과 자신의 경영철학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이거 회장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노동자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끼니를 굶거나 헐벗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결코 경제적으로 풍족한 적이 없었던 가정에서 학교 성적도 뛰어나지 않았고 미래에 관해 딱히 분명한 꿈도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지역 케이블방송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우연한 계기로 ABC 방송국 드라마 제작부의 최말단 스태프로 취직한다.

현장에서 경력을 쌓으며 차츰 능력을 인정받던 그는 41세에 ABC 사장 자리까지 올라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로 이 방송사를 시청률 1위로 끌어올리게 된다.

ABC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에는 피인수 업체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인수업체인 디즈니의 CEO가 됐고 15년째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디즈니 CEO로 재직하는 동안 자신이 집중한 것은 단 3개의 키워드, '품질', '기술', '글로벌'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침몰 중이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구하기 위해 픽사를 인수하고(품질), 스트리밍 서비스 등 미래 기술에 대비하며(기술), 인도·유럽 시장 장악을 위해 20세기폭스를 끌어들인다(글로벌).
책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약 45년간 20가지 직무, 13명의 직속 상사를 만나 경험한 이야기들을 통해 콘텐츠, 미디어업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한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갖은 난관을 헤치고 나온 그는 제품에 관해서든, 인재에 관해서든 고결함과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가장 중시했다고 말한다.

쌤앤파커스. 416쪽. 1만9천800원.
[신간] 디즈니만이 하는 것·골리앗의 복수
▲ 골리앗의 복수 = 토드 휴린·스콧 스나이더 지음, 박슬리 지음.
'혁신의 최전방' 실리콘밸리에서 수십 년간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저자들이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기업을 위해 쓴 전략서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시장의 작동 구조를 무너뜨리는 '디지털 파괴'가 모든 경제 부문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수세대에 걸쳐 기반을 다져온 기존 기업들은 형편없는 시야, 부족한 상상력 때문에 다윗에게 패배한 골리앗처럼 스타트업들에 속절없이 밀려난다.

그러나 저자들은 기성 주자들이 자신만의 장점, 즉 '크라운 주얼(crown jewel)'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크라운 주얼은 기업의 인수합병 시 매수 대상 회사의 사업 부문이나 자회사 가운데 자산 가치, 수익 가치, 사업 전망 따위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기존 기업의 가장 중요한 크라운 주얼로 자금 조달 가능한 구조, 탄력적인 브랜드 가치, 기존 고객 관계, 설치 기반, 데이터 세트, 상호저촉 특허, 업계 표준에 미치는 영향력 등 7가지를 든다.

각 기업은 이 가운데 특히 자사에 특장점이 있는 크라운 주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다음 단계로 고객 가치에 필수적인가, 오직 자신만이 통제할 수 있는가,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것인가 등 3가지 기준에 따라 이를 냉정하고 솔직히 판단해야 한다.

저자들은 태생부터 디지털 중심인 공격자가 포격을 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통적인 기업 역시 얼마든지 파괴적으로 될 수 있다면서 전동화, 자율주행,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재도약한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애플, 마스터카드, NASA, 필라델피아병원, 웨더 채널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인플루엔셜. 450쪽. 2만3천500원.
[신간] 디즈니만이 하는 것·골리앗의 복수
▲ 진정성의 힘 = 제임스 길모어·조지프 파인 2세 지음, 윤영호 옮김.
온라인 상거래가 늘고 매장에서조차 기계와 접촉하는 일이 다반사인 오늘날 사람들은 더욱더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에 관해 진정성을 갈망하게 됐다.

저자들은 진정성을 이루는 속성을 자연성, 독창성, 특별함, 연관성, 영향력 등 5가지로 분류한다.

기업은 이 중 하나에만 집중해 진정성을 호소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요소만으로 의미 있는 산출물로 인식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조합해서 동시에 여러 영역의 진정성에 호소해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진정성이라는 개념을 비즈니스에 선구적으로 도입했던 저자들은 다양한 이론과 시각 자료, 디즈니와 스타벅스·코카콜라 등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진정성의 실체와 그것을 기업 경영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무려 4천900억원가량을 투자해 관광지도 아닌 볼프스부르크에 산하 8개 자동차 브랜드의 체험 시설을 조성해 운영한다.

관광지도 아닌 이곳에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체험시설을 만든 것은 그곳이 바로 회사가 설립된 장소이자 베스트 셀러 자동차 '비틀'의 원조를 생산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들을 매료시키며 추억을 만들게 하는 독특한 체험의 공간으로 기업과 제품의 존재를 세상에 정확히 알리는 '대표지(flagship location)' 전략으로 진정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21세기북스. 440쪽. 2만2천원.
[신간] 디즈니만이 하는 것·골리앗의 복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