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박득순 '해운대 해수욕장 풍경'
한국미술협회 초대 이사장과 예술원 회원을 지낸 서양화가 박득순(1910~1990)은 사실적 묘사와 서정적 표현으로 여인상과 초상화, 자연 풍경을 많이 그렸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뒤 1941년부터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소녀상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입선과 특선을 거듭하며 주목받았다.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초대작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전을 주도해 대표적인 ‘관학파’ 화가로 꼽힌다. 국전이 숱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가운데서도 그는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 ‘예도(藝道)’라는 자신의 예술적 지론을 굽히지 않고 원칙과 대의를 지켰다고 한다.

‘해운대 해수욕장 풍경’은 수도여자사범대학 교수였던 1964년에 그린 작품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 위로 뭉게구름이 둥실 떴고, 비치파라솔 아래에서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하지만 지금의 해운대 해수욕장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남자는 온몸을 드러낸 수영복 차림인데 여성들은 선글라스를 끼고 멋을 부렸지만 한결같이 원피스 차림이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오는 29일 부산 해운대 더베이101에서 여는 ‘2020 서울옥션 부산 세일’에 출품됐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