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후 궁중연향 in 상하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후’ 화장품을 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DB.
‘2019 후 궁중연향 in 상하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후’ 화장품을 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DB.
LG생활건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1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후퇴할 것이란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를 무색하게 하며 매출(전년 동기 대비)과 영업이익이 각각 58분기, 60분기 연속 성장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면서 ‘기록의 사나이’, ‘매직맨’으로 불리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 LG생활건강, 1분기 화장품 성장 공백 메운 생활용품·음료 덕에 '깜짝실적'
LG생활건강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6% 증가한 1조8964억원, 3337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6% 증가한 1조8964억원, 3337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6% 증가한 1조8964억원, 3337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2342억원으로 3.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1조7394억원, 2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LG생활건강의 매출(전년 동기 대비)은 2005년 3분기 이후 58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0분기 증가세를 지속했다.

대표사업인 화장품 사업의 경우 성장세가 주춤했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6.4% 감소한 1조665억원, 영업이익은 10.0% 줄어든 2215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현저한 감소로 면세점 채널이 타격을 입은 타시다. 그러나 ‘숨’과 ‘오휘’의 초고가 라인이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더마화장품 ‘CNP’ 또한 13%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화장품 사업은 럭셔리 브랜드들에 대한 견고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생활용품 사업과 음료 사업의 호조가 화장품 부문 성장 공백을 메웠다. 코로나19로 위생 관련 생활용품 수요가 늘었고,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배달음식 수요와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한 음료 소비가 증가한 덕이다.

생활용품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793억원, 653억원으로 19.4%, 50.7%씩 성장했다. 음료 사업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0%, 43.9% 개선된 3505억원, 468억원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 니즈 및 유통 변화에 즉각 대응한 핸드 새니타이저 겔, 핸드워시, 물티슈, 한장 행주 등 다양한 항균 위생용품의 출시로 호실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속 깜짝 실적으로 차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재조명됐다. 차 부회장이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구축한 효과가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차 부회장은 2005년 취임해 20개 이상의 성공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끌었다.
◆ 2분기 코로나19 여파 지속…"K뷰티 중 최고의 실적 전망"
LG생활건강 후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애. 사진=한국경제신문 DB.
LG생활건강 후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애.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시장에서는 '차석용 매직'이 2분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1분기 선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여파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성장세 지속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강한 경쟁력에 비춰 2분기에도 K뷰티 업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둘 것이란 진단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관건은 코로나19 충격파가 어느정도 지속될지에 달렸다. 희망적인 부분은 K뷰티 소비시장의 한 축인 중국 현지에서 외부활동과 소비 회복세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추가적으로 확산된 미국, 일본 사업은 2분기에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국내 채널은 2분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있으나, 면세 사업과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 일본 사업은 2분기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실적이 주춤하더라도 중장기 관점에서는 성장성이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중국 내에서 소비가 억제됐지만 사태 진정 후 보상심리가 작용하며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럭셔리 화장품 제품군에 대한 선호도 증가 추세는 변함이 없고, 이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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