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그린 극영화
'마음 밭'에 믿음의 씨앗 뿌린 소년 김수환…'저 산 너머'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소년은 자신의 '마음 밭'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한다.

소년은 마침내 믿음과 가족의 사랑에서 탄생한 씨앗을 심고, 그 씨앗에서 탄생한 들판에서 그가 평생을 바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저 산 너머'는 올해 선종 11주기인 김수환 추기경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린 극영화다.

고(故) 정채봉 작가가 김 추기경 삶과 정신을 담아 엮어낸 책 '저 산 너머'가 원작이다.

1928년 경북 군위, 8남매의 막내인 일곱살 소년 수환(이경훈)은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엄마(이항나), 아픈 아버지(안내상), 형 동한(전상현)과 함께 산다.

아픈 아버지를 위해 인삼 대신 도라지를 달여야 하는 가난한 형편이지만 수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천주에 대한 믿음을 꿋꿋이 지키며 살아간다.

수환과 동한 역시 어린 나이지만 천주교를 통해 죽음과 이별, 믿음 등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마음 밭'에 믿음의 씨앗 뿌린 소년 김수환…'저 산 너머'
그러던 어느 날, 수환의 어머니는 난생처음 사제 서품식을 본 뒤 두 아들이 모두 신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형인 동한은 순순히 어머니를 따르지만, 수환은 아픈 아버지에게 드리지 못한 인삼이 마음에 남아 인삼 장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자신의 '마음 밭'에 심은 씨앗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한다.

마침내 소년 수환은 깨닫는다.

마음 밭에 무엇이 있는지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씨앗을 뿌리는지에 따라 달렸다는 것을. 어린 수환이 가물어 쩍쩍 갈라진 땅에 자신의 소명과도 같은 씨앗을 심자 땅은 삽시간에 꽃과 풀이 넘쳐나는 들판으로 변한다.

김 추기경도 어린 시절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 밭'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린 수환이 씨앗을 뿌렸다면 그 씨앗을 만들어준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수환의 어머니는 아들이 신부가 되기를 바라지만, 절대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형태로든 천주의 뜻에 따라 살도록, 그리고 인간답고 정직하게 살도록 교육한다.

'마음 밭'에 믿음의 씨앗 뿌린 소년 김수환…'저 산 너머'
스크린에 펼쳐지는 풍경도 눈길을 끈다.

수환의 마음처럼 넓게 펼쳐진 푸르른 들판과 산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수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를 통해 한국 천주교의 역사도 그렸다.

목숨을 잃는 와중에도 절대 배교하지 않은 조부모 이야기는 조선 후기 종교를 이유로 박해받은 수많은 천주교도를 대표한다.

수환을 연기한 이경훈은 260대 1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선한 얼굴과 안정적인 사투리로 수환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입가에 미소가 나온다.

영화 '사바하'(2019), '나를 찾아줘'(2019) 등에 출연한 배우 이항나 역시 강인하면서도 자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어머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