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언론자유지수[국경없는기자회 제공]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국경없는기자회 제공]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 언론자유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에서 한국이 42위에 랭크됐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다.

RSF는 21일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를 공개했다. 언론자유지수는 지난 2002년부터 180개국을 대상으로 미디어 자유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매년 발표한다.

한국의 언론자유침해 점수는 지난해 24.94에서 23.70으로 개선됐으나 지난해 43위였던 이탈리아가 올해 41위로 추월하면서 등수에서는 밀렸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6년 31위까지 올랐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2016년에 70위로 40계단 가까이 추락했다. 이어 최근 3년간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41위까지 올랐으나 올해 1단계 하락해 42위를 기록했다.

RSF는 하락 이유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지적했다. RSF는 "민주주의가 안정된 국가에서는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억제하기 위한 구실로써 흔쾌히 국가 안보를 이용하기도 한다"며 "한국은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공표하는 것에 중징계를 내리는 법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순위가 높았다. 대만은 43위로 작년보다 1계단 내려갔고, 지난해 민주화 요구 시위 과정에서 언론자유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 홍콩은 7계단 후퇴해 80위에 그쳤다. 일본은 66위로 한 계단 올랐고 중국은 177위로 제자리를 지켰다.

북한은 2018년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개방적 제스처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지난해 179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가 올해 다시 최하위인 180위로 돌아갔다. 그 외 미국은 3계단 올라 45위에 위치했다.

1위는 4년 연속 노르웨이가 지켰으며, 핀란드는 지난해 이어 2위를 유지했다. 덴마크가 2계단 올라 3위에 랭크됐으며, 스웨덴(4위)과 네덜란드(5위), 자메이카(6위), 코스타리카(7위), 스위스(8위), 뉴질랜드(9위), 포르투갈(10위)이 뒤를 이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전 세계 언론에 닥친 위기를 더욱 심화할 것이고 다가올 10년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좌우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올해 산정 결과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은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권리에 대한 위협이 되는 많은 위기들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코로나19와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상 국가별 순위는 분명한 상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코로나19 위기를 은폐하기 위해 자국의 시민 2명을 체포하는 등 언론인 100여 명을 구금하고 있다"며 "이란(173위)은 자국의 코로나19 대량 발생 정보를 광범위한 수준으로 검열했고 이라크(162위)는 코로나19 관련 공식 집계를 요구하는 기사를 게재한 로이터에 3개월간 취재 허가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권위주의 정부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불가능한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대중의 저항이 불가능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며 "다가올 10년을 재앙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사회 안에서 신뢰받는 제3자의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