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부산 한 백화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고금희(가명)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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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백화점 판매사원인 고금희(가명)씨는 지난달 말 내려온 백화점 측 공지를 전달받고 '이래도 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연장됐지만 백화점 측은 봄 정기세일에 돌입한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정기세일 기간 고객이 대거 몰릴 경우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백화점은 한 달에 한두차례 있던 정기 휴무일도 이달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휴무일이 없어지면 백화점 전체 소독과 점포별 방역 점검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고씨는 "봄 정기세일에 초점을 둔 나머지 (판매 증대를 위해) 휴무일을 없앴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정부 지침까지 내려오는 마당에 방역은 괜찮을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OK!제보] 백화점 'NO 휴무' 봄세일…코로나19 방역 대책은 있나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이 이달 일제히 봄 정기세일을 실시하면서 휴무일을 없앴다.

그동안 일부 지점에 한해 휴무일을 줄이거나 변경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국 모든 지점이 쉬는 날을 없앤 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백화점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해명했다.

협력사 사정도 고려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은 3월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32.1% 급감했고 2월에도 17%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월 14.2% 감소했고 롯데백화점도 2∼3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0∼40% 줄었다.

방역을 이유로 일부 지점이 임시 휴점한 경우가 백화점당 9∼17차례 정도 있는 점도 이달 휴무일을 없앤 이유다.

C백화점 관계자는 "노사 협의 끝에 이달은 휴무를 가지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많은 협력사가 '너무 힘들다'고 했고, 올해 처음 맞는 정기 세일을 시작했으니 영업을 활성화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OK!제보] 백화점 'NO 휴무' 봄세일…코로나19 방역 대책은 있나
그러나 현장에서는 고객이 몰리는 정기세일에 들어가면서 휴무를 건너뛰면 방역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8일 오후 서울 한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만난 판매 직원 서모씨는 "입주 업체 입장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좀 더 신중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들은 정기 세일에 많은 인파가 몰릴 가능성에 대해 대비책을 세워놨다고 설명했다.

A백화점 측은 고객 간격을 2m로 유지하고 지그재그 형태로 줄을 서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점원이 손님을 응대할 때 거리도 종전보다 더 멀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A백화점 관계자는 "폐점 후 매일같이 전문업체가 방역하고 있다"며 "각 점포에서도 수시로 방역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석달가량 이어지면서 '방역의 생활화'가 자리 잡았다고 본다"라며 "방역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C백화점 관계자는 "수시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열이 있는 직원은 조기 귀가한 뒤 의료 기관에 들러 진료를 받도록 방침을 정했다"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고객 접촉이 많은 곳은 1시간 단위로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백화점이 사회적 거리두기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백화점 등 기타 상업시설은 종교·실내 체육시설 등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따른 운영 제한 시설이 아니기에 별도 조치는 취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기본적인 방역 정도는 백화점 측이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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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