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평창 문헌보존관에 자료 분산 배치해야"
"자료 수집·디지털화 통해 명실상부 국가대표 도서관 될 것"
"미래의 도서관은 정보 생산 플랫폼이자 창작기지"

도서관은 오랫동안 지식 저장소였다.

온갖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존해 지식을 후대에 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저장 능력을 갖춘 다양한 전자기기가 등장하면서 도서관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도서관이 주로 취급하는 책도 처한 상황은 비슷하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감소하고, 활자매체보다 영상이 지닌 영향력이 커졌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러한 상황에 대해 "1990년대에 디지털 시대가 되면 도서관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며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장소로만 존재한다면 위상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유명인이 아닌 사람도 지식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며, 그에 맞춰 도서관은 정보를 생산하는 플랫폼이자 다양한 창작 활동이 이뤄지는 기지가 돼야 한다"며 "도서관은 끊임없이 변신하며 진화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서 관장은 연세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낸 도서관 전문가다.

지난해 8월 민간 공모를 통해 3년 임기의 첫 개방형 국립중앙도서관장이 됐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을 '국가대표 도서관'이라고 했다.

도서관법에도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를 대표하는 도서관'이라고 명시됐다.

따라서 국가대표 도서관을 명실상부하게 만드는 일이 책무라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서 관장 소신대로 미래에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식 생산소' 기능을 최근 강화했다.

보수를 마쳤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아직 공개하지 못한 디지털도서관이 일례다.

새로워진 디지털도서관에는 개인이나 단체가 이용하는 미디어 창작실과 영상 콘텐츠를 편집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한곳에서 영상 제작부터 송출까지 일련의 작업이 가능하다.

디지털도서관이 정식 개관하면 청년, 어르신,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창작 교육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 관장은 "사람들이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디지털도서관에서 활용하지 않는 공간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즐기는 뉴미디어 체험관을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도서관 자료를 이용해 저술 활동을 하려는 국내 연구자나 해외 한국학 연구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서 관장은 한국학 연구자 지원이 한류 확대에 기여하리라고 전망했다.

"미래의 도서관은 정보 생산 플랫폼이자 창작기지"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임을 입증하는 제도 중 하나는 납본이다.

1965년 이후 나온 신규 도서는 모두 두 권씩 국립중앙도서관에 제출됐다.

이렇게 모인 책이 어느덧 1천243만8천여권에 이른다.

서 관장은 "1년에 들어오는 책이 47만권으로, 일반 공공도서관이 보유한 전체 서적의 5배에 달한다"며 "서고는 이미 80% 정도 찼고, 수년 뒤면 포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새로운 서고를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국제방송센터를 재활용해 설립하는 국가문헌보존관에 둘 방침이다.

보존관은 자료 보존처리와 디지털화 업무도 맡는다.

다만 보존관 사업은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가 종료되지 않았다.

서 관장은 "조선시대에도 실록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를 여러 곳에 분산 배치했듯이 지진이나 풍수해 등을 고려하면 오늘날에도 서고를 한곳에서만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문헌보존관은 30년간 1천400만권을 보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립박물관들이 개방형 수장고를 도입한 사례를 참고해 문헌보존관에서도 이용자들이 평소 궁금해하는 서고를 일부 공개하거나 관람 행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2024년 완공 예정인 문헌보존관이 안착하면 장기적으로는 서고가 부족해 장서를 늘리지 못하는 공공도서관 자료도 일부 관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헌보존관이 국립중앙도서관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라면 납본 제도 시행 이전에 발간된 자료 수집과 자료 디지털화는 소프트웨어를 풍부하게 할 사업이다.

서 관장은 "해외로 나간 미소장 자료는 무엇보다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최대한 디지털화해서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웹툰, 유튜브 등 온라인에도 수집해야 할 자료가 무척 많다"며 "온라인 자료 수집 기준을 세우고 주제별, 이슈별로 아카이브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장 자료도 지속해서 디지털화해 공개하고, 첨단기술을 도서관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충실한 도서관 시설을 갖추고 있으니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콘텐츠를 채워 나가야 합니다.

학계는 물론 출판사, 작가와도 열린 마음으로 협업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일선 도서관에 보급하는 것이 국가대표 도서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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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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