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오스트로스키 리안갤러리 개인전
난해한 예술철학 거부한다…실수와 오류의 미학
어떤 예술 작품이든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반드시 작가 의도나 평론가 해석대로 작품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작아진다.

하지만 최소한 이 작가 그림을 보면서는 무엇을 표현했는지, 어떤 뜻이 숨었는지 모른다고 위축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현대미술이 낯설고 당혹스러웠던 관객에게 작가는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권한다.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국내 첫 개인전 '사람, 그림, 감정'을 개막한 독일 작가 데이비드 오스트로스키(39)는 기존 예술 문법과 미술계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작품에 대한 생각부터 전시 방식까지 상식을 거부한다.

대표작 'F' 연작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나 연필 등으로 낙서하듯 빠르게 그은 선들만 존재한다.

단순한 선이 어떤 기호나 문자로도 보이는 알 수 없는 형상을 만든다.

화면 바탕은 비어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일정하지 않은 붓과 물감 자국이 드러난다.

제목은 독일어로 실패, 실수를 뜻하는 단어 'Fehler'에서 왔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품 핵심은 작가가 순간적으로 선을 그으면서 우발적이고 우연히 만들어지는 흔적이다.

회화가 작가의 표현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오스트로스키 신념이다.

그는 예술적 기교나 기술을 최대한 배제하고 불완전함, 미숙함을 중시한다.

오른손으로 그리면서도 왼손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화면을 채우기보다는 최대한 비워 무의미, 무가치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동양 미학 여백과도 닮았다.

성신영 전시디렉터는 "오스트로스키는 어떤 대상을 표현하거나 고정된 상징적 의미가 없이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안한다"라며 "그에게 회화는 난해한 이론이나 철학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매체가 아니라 옳든 그르든, 심오하든 단순하든 사람들의 감정이 교류하는 만남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처음부터 이런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구상화를 주로 그렸으나 2014년 유화 작업을 그만두고 추상화로 노선을 완전히 바꿨다.

유화는 계속 수정하면서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품 전시도 범상치 않다.

흔히 벽의 중앙을 차지하고 압도하는 전시와 달리 오스트로스키 회화는 낮게 설치돼 관객 눈높이에서 교감한다.

3m가 넘는 두 점 회화는 설치 작품처럼 갤러리 공간 한가운데에 걸려 있다.

대형 회화 아래에는 뉴질랜드산 고급 양모 카펫이 깔려있다.

관객은 거침없이 카펫을 밟고 작품을 감상한다.

독일 명문 예술대학인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한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전시를 열었고,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하고 있다.

5월 18일까지.
난해한 예술철학 거부한다…실수와 오류의 미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