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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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주식 40만주를 증여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락한 증시가 유통업계 오너 일가에 증여의 큰 장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SPC삼립은 허영인 SPC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보유 중이던 보통주 중 절반인 40만주를 물려줬다고 8일 공시했다.(사진=한국경제신문 DB)
SPC삼립은 허영인 SPC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보유 중이던 보통주 중 절반인 40만주를 물려줬다고 8일 공시했다.(사진=한국경제신문 DB)
SPC삼립은 허 회장이 보유 중이던 보통주 중 절반인 40만주를 허 부사장에게 물려줬다고 8일 공시했다.

8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한 증여 규모는 약 265억원에 달한다. 이번 증여로 허 회장의 SPC삼립 보유지분은 9.27%에서 4.64%로 낮아졌다. 허 부사장의 지분율은 종전 11.68%에서 16.31%로 상승했다. 이에 SPC삼립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40.66%)에 이어 허 부사장(16.31%), 허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11.94%), 허 회장(4.64%) 순으로 변경됐다. 장남인 허 부사장의 승계에 힘이 실린 상황에서 지분 추가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보유한 동서 지분 19.29% 중 0.25%를 두 아들인 김동욱, 김현준 씨에게 증여했다. 김 회장의 동서 지분율은 19.29%에서 19.04%로 떨어졌다. 김동욱씨와 김현준씨의 지분율은 각각 2.37%, 2.13%로 상승했다.

샘표그룹에서도 지난달 오너가의 주식 추가 매수 움직임이 나왔다.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 경영자인 박용학 상무의 두 자녀 박준기 군과 박현기 양이 지난달 18일 샘표의 주식을 각각 9300주, 895주씩 매입했다. 각각 8세와 4세인 나이에 비춰 박 상무가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후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오너가의 잇따른 증여 움직임은 폭락장에서 주식을 증여해 절세 효과를 노렸기 때문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분석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주식 가치가 증여일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 4개월간의 종가를 평균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신문 DB)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신문 DB)
절세를 위해 증여 시점 변경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자녀들에게 증여한 주식의 증여 시점을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바꿨다. 최대 수백억원의 절세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 이경후 CJ ENM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신형우선주 184만1336주를 증여했다가 지난달 30일 취소한 후 이달 1일 재증여했다. 이번 재증여는 최초 증여 당시와 같이 이 상무와 이 부장에게 92만668주씩 증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초 증여 시점인 지난해 12월 9일 당시 CJ 주가는 6만5400원으로 이 회장의 당초 증여 규모는 총 1204억원 상당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지난 1일 기준으로 4만1650원으로 떨어져 증여한 주식 가액도 767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회장의 사례와 같이 주식은 증여한 다음 2개월간 주가 추이를 보고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주가 흐름에 따라 증여세 절감 효과를 가늠해 다른 시기를 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혹은 주식 증여를 준비 중인 기업 오너가에게는 폭락장이 주식 증여에 좋은 기회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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