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경기침체서 벗어날 묘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주도한 양적완화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각국 중앙은행은 상업은행들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수조달러를 시중에 공급했다. 이것이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고 경제를 회복시킬 것으로 여겨졌지만, 10여 년간 세계 경제는 침체를 지속했다. 이유는 돈이 서민에게 가지 않고, 은행에 갔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실물부문에 투입하지 않고 또 다른 자산인 부동산, 주식 등을 매입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미국의 유명 금융저술가인 프란시스 코폴라는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에서 “‘은행’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야말로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영약”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유시장경제 지지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머니’ 이론을 끌어들여 서민과 중소기업으로 돈이 가는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옹호한다.

프리드먼은 1929~1933년 대공황기에 통화 당국이 헬리콥터에서 뿌리듯이 직접 실물 분야에 돈을 투입했더라면 회복이 빨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공황기에 미국 통화량이 3분의 1이나 줄었던 게 경제가 극도로 침체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의 화폐는 은행에서 대출을 통해 창조되는 신용화폐인데, 위기가 닥치니까 은행은 대출을 중단하거나 기존 대출을 회수했다. 돈의 감소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생산된 상품은 판로를 잃어버리는 악순환을 겪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헬리콥터 머니’로 서민과 중소기업의 구매력이 증가하면 소매 지출을 확대해 주택 소유자와 소상공인의 채무 불이행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준다”며 “경제가 충격을 받은 후에도 공급 측면이 심각한 손상을 당하기 전에 작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헬리콥터 머니를 전달하는 구체적인 방법들도 소개한다. 가령 모든 개인이 중앙은행에 하나의 계좌를 갖도록 하고 돈을 입금해주는 것이다. 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양적완화 정책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금융정책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 (프란시스 코폴라 지음, 유승경 옮김,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212쪽, 1만29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