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감자가 인터넷 쇼핑에서 요즘처럼 '뜨거운 감자'였던 적은 없었다.

강원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판로가 막히면서 쌓인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최문순 도지사 트위터를 통해 10㎏들이 감자 1상자를 택배비 없이 5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았다.

결과는 연일 매진에 이은 완판이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감자(Potato)와 매표(Ticketing)를 합친 '포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입맛뒷맛] 강원도발 감자 열풍…물리지 않고 먹으려면
포켓팅에 성공한 기쁨도 잠시. 막상 감자 10㎏이 눈앞에 당도하면 조금 당황하게 된다.

일반 가정에서 부담 없이 소비하기엔 적지 않은 양이기 때문.
감잣국, 감자탕, 감자채 볶음, 감자전, 감자조림, 감자밥 등 감자를 활용한 한식 요리도 많지만 10㎏을 다 한식으로 해 먹기에는 한계가 있다.

평소 시도해보지 않은 다른 나라의 감자 요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 투박한 미국 전통 샐러드
미국에는 감자를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있지만 간편하게 요리해 간단한 한 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음식으로 감자 샐러드(Classic American potato salad)가 있다.

미국식 감자 샐러드는 감자를 으깨서 드레싱과 버무리는 일본식 '사라다'와 달리 조각으로 잘랐을 뿐 감자 형태는 살아있다.

[입맛뒷맛] 강원도발 감자 열풍…물리지 않고 먹으려면
미국에는 다양한 감자가 있는데, 주 생산지 이름을 딴 아이다호 감자(러셋 감자)가 샐러드에 자주 쓰인다.

전분이 많은 종이다.

전분이 적은 우리나라 감자로 샐러드를 만들었을 때 맛과 식감은 조금 차이가 날 수 있다.

감자가 작다면 통째로, 크다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소금을 약간 넣은 물과 함께 냄비에 넣는다.

이물질을 잘 닦아주었다면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요리해도 된다.

나중에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을 때 독특한 식감과 풍미를 준다.

물론 껍질을 벗겨내고 요리할 수도 있다.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10∼15분간 은근하게 익힌다.

칼이나 젓가락으로 찔러 푹 들어가면 잘 익은 것. 건져내어 물기를 빼고 잘 식힌다.

통째로 익혔다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드레싱을 만들기 위해 양파를 잘게 다진다.

샬럿이라는 양파보다 작고 향이 강한 채소가 더 어울리지만 한국에선 구하기 어려운만큼 양파로 갈음한다.

셀러리와 사과도 다진 양파와 비슷한 크기(1∼2㎣가량)로 잘게 자른다.

계란도 완숙으로 삶아 잘게 으깬다.

여기에 마요네즈, 씨 겨자, 소금, 후추를 넣어 드레싱을 만든다.

보다 새콤한 맛과 촉촉한 질감을 원한다면 플레인 요구르트도 넣는다.

드레싱의 포인트는 씨 겨자(Whole grain mustard). 오도독 씹히는 겨자 씨가 감자의 단조로운 식감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크림 형태의 겨자(Dijon mustard)를 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

피클을 다져 넣어도 풍미가 더해진다.

딜(Dill)이라고 하는 향긋한 허브도 감자와 어울려 많이 넣지만 없으면 생략해도 좋다.

이렇게 만든 드레싱에 삶아서 식힌 감자를 버무려 주면 미국식 감자 샐러드가 완성된다.

차갑게 먹을 수도 있고, 가벼운 한 끼나 맥주·와인 안주 또는 사이드 메뉴로 즐길 수도 있다.

◇ 섬세한 프랑스식 그라탱
유럽에도 다양한 감자 요리가 있다.

'요리의 나라' 프랑스 감자 요리 가운데 그라탱 도피누아(Gratin dauphinois)가 만들기 어렵지 않고 맛도 좋다.

프랑스 남동부 도피네 지방식 그라탱 요리라는 뜻.
[입맛뒷맛] 강원도발 감자 열풍…물리지 않고 먹으려면
껍질을 벗긴 감자를 채칼 등을 이용해 3㎜가량 두께로 얇게 썬 뒤 공기 중에서 살짝 말리거나 키친타월로 표면에 배어 나온 물기를 닦아준다.

오븐용 그릇에 저민 마늘을 문대어 마늘 향을 입힌 뒤 실온에 두어 부드럽게 한 버터를 솔이나 스푼 뒷면에 발라 용기 안쪽에 골고루 버터 칠을 해준다.

얇게 저민 감자를 한 층 깔고 소금, 후추 약간과 넛맥(육두구) 가루를 살짝 뿌린다.

넛맥이 없으면 빼도 되지만 특유의 풍미가 없으면 먹을 때 살짝 아쉬울 수는 있다.

이런 식으로 감자를 층층이 쌓아주다가 용기 절반쯤 높이로 올라가면 냄비에 반반씩 넣고 끓인 우유와 생크림을 부어준다.

감자 켜켜이 넛맥 가루를 뿌리지 않고 우유와 크림에 넛맥을 넣을 수도 있다.

양파(샬럿)나 타임(허브)을 우유와 크림에 넣어 향을 더하면 금상첨화.
쌓은 감자에 우유, 크림을 부었다면 맨 위엔 치즈를 뿌린다.

그뤼에르라는 스위스 치즈가 뜨거운 요리에 잘 어울리지만, 없다면 보다 대중적인 파르메산 치즈를 올릴 수도 있다.

160∼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30∼40분 정도 굽는다.

칼이나 젓가락을 넣었을 때 바닥까지 쉽게 들어간다면 알맞게 조리된 것. 대형 오븐이 아니어도 일반 가정에도 많이 보급된 소형 오븐 토스터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색감을 살리는 고명으로는 차이브라는 허브를 올리는데, 구할 수 없다면 향이 비슷한 부추를 잘게 썰어서 뿌려준다.

파슬리 가루를 뿌리는 것도 무난하다.

샐러드, 그라탱 외에 스위스식 감자전 '뢰스티', 베이컨 감자 수프 등도 한국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해 먹을 수 있는 서양 감자 요리의 대표주자이다.

이번에 판매된 강원도 감자처럼 햇감자가 아닌 경우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도 싹이 나기 쉽다.

껍질을 벗긴 감자를 통째로 삶은 뒤 냉동해 두면 바로 삶거나 조리한 맛에는 못 미치더라도 오래도록 샐러드, 그라탱, 수프 등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