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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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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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벌어진 악재 중에서 공연예술 애호가들에게 가장 끔찍했던 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이번 시즌의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했던 뉴스였다. 또 오케스트라 단원, 합창단원, 무용수와 무대장치 담당자들을 일시 해고했다. 그 숫자는 5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미국 음악예술가협회의 레너드 에거트 전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실망했고 화가 났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말했다.

당신이 오페라 애호가가 아니라도 이 사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공연예술단체다. 이 곳은 심각한 재정 문제를 무사히 헤쳐나왔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성공적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최대 6000만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과감하게 대응하지 않고는 이겨내기 어려운 충격이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무용단, 극단, 재즈 클럽 등 모든 공연예술단체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순식간에 수익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3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는 달리, 상당수 단체는 이번 위기를 극복할 만큼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놀랄 만큼 자명하다. 연극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와 ‘행맨’은 이미 시사회까지 진행했지만 제작사들은 브로드웨이 극장이 다시 열리더라도 공연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일이 계속 생길 것이라는 점 역시 자명하다.

코로나19는 특히 공연장에 치명적이다. 전국이 모두 비슷한 모습이다. 대형 공연장조차 직원들을 일시 해고하거나 휴업에 나서고 있다. 예술감독 중에서 이 조치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원 4분의 3을 일시 해고한 한 대형 공연단체 사장은 “인생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끔찍한 경험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공연예술의 밑거름은 소형 및 저예산 단체들이다. 이들이 처한 곤경을 생각해 보라. 대부분, 특히 작은 곳들은 이번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다시 문을 열기 어려울 것이다. 배우, 감독, 극작가, 디자이너 등 공연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집세를 내기도 버겁다. 작가이자 감독인 대니얼 골드스타인은 잡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공연예술 종사자 대부분이 임시직인데 잡부나 다름없는 처지”라며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 말 그대로 실업자 신세”라고 말했다. 그가 아는 사람 전부가 현재 실직 상태라고 했다.

그나마 기부금이 이런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에서 공연 티켓을 할인 판매하는 회사인 골드스타 이벤트는 최근 새로운 웹사이트를 선보였다. 공연예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런 기부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주요 공연장인 시카고 라이터즈 시어터의 마이클 할버스턴 예술감독은 “여러분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공연 티켓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생존이 전적으로 개인과 기업, 재단에 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어떤 것도 공연예술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없다. 관객들은 공연예술을 통해 영혼의 공동체가 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시련은 지금까지 공연예술이 직면했던 어떤 어려움보다 혹독하다. 나는 앞으로 예상되는 대혼란에 대해 말하기조차 두렵다.

원제=Big trouble for the performing arts
정리=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