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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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 지원 차원에서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1일 면세업계에서는 "숨통이 트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추가적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임대료를 3월분부터 6개월간 20%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임대료는 기존 25% 인하에서 50%로 감면율을 올려잡았다. 앞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임대료 25% 감면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추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면세업계에서는 꾸준히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던 만큼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세계 곳곳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통상 수준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면세점들은 그동안 매출 부진과 높은 임대료 부담이란 '이중고'를 지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전 10만명 수준에 달하던 인천공항 하루 평균 출국자수는 2000여명으로 사실상 발걸음이 끊겼다. 이에 한 달 2000억원에 달했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도 3월 들어 400억원 가량에 그쳐 80% 급감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면세점들이 납부해야 하는 한 달 임대료는 정부의 조치로 20%를 감면해도 640억원 수준에 달한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 감소로 인한 면세점의 어려움을 반영한 결정으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매출의 90% 이상이 감소해 임차료가 매출의 몇배가 되는 현실을 반영해 추가적 감면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보다 임대료가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관련 기업들이 인천공항에서만 연간 약 5000억원에서 최악의 경우 1조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후 면세점업계의 실적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중국이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에 돌입하면서 4월부터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수요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임대료 인하 조치가 8월까지로 한정적인 만큼 이후 '보릿고개'가 다시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국내 면세점업계의 2월 실적은 1월의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여행객이 급감한데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후 업계 큰 손이던 중국인 보따리상인 따이궁들도 뜸해졌다는 분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상순까지 코로나19 영향이 극대화되며 공항 면세점 매출이 70~80% 이상 감소했고, 시내 면세점들은 온라인 비중이 50% 가까이 확대되며 오프라인 부진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호텔신라신세계의 1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면세점 업계의 2~3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대 줄었고, 특히 인천공항점 매출이 80% 떨어져 고정비로 작용하는 임대료 부담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1분기 호텔신라는 2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신세계디에프를 계열사로 둔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500억원에도 미달할 전망"이라며 "호텔신라의 경우 홍콩·싱가포르 공항에도 점포를 운영하고 있어 이익 훼손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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