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

▲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박종대 옮김.
사회 문제를 정신과학적, 뇌과학적,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오면서 베스트셀러 '디지털 치매' 등을 냈던 독일 뇌과학자의 신작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의 해악이 '디지털 로비스트들'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순종적인 언론에 의해 가려지고 거짓 정보가 확산하는 데 비해 간혹 나오는 부정적인 정보도 '지극히 말단적인' 것으로 치부된다면서 우리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모는 현실을 고발하려고 책을 썼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지구상 인구보다 더 많이 생산됐고 이미 40억명을 넘어선 스마트폰 이용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깨어있는 시간의 약 3분의 1 이상을 스마트폰을 만지며 보낸다.

그 결과 디지털 치매와 지능지수의 하락, 공감과 배려의 상실, 우울증, 여론의 양극화, 민주주의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사회 모두 갈수록 뚜렷해지는 위험에 직면한다.

저자는 특히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우려한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생활 습관이 나쁜 자세와 근시, 운동부족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듯 스마트폰을 그냥 책상 위에 두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 존재를 생각하느라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진다.

저자는 특히 '디지털 교실'을 구현해 스마트폰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정적이다.

호주에서 30억 달러를 투자해 학생들을 위한 노트북을 구비했지만,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오히려 순위가 밀려나는 등 스마트 교육이 역효과를 불러온 사례나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수도 없이 많다.

저자는 "스마트폰은 우리를 똑똑하게 해주지도,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는다"면서 "이제 허울 좋은 혁신과 첨단이라는 환희에서 깨어나 현실을 냉엄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난. 340쪽. 1만6천원.
[신간]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 = 도현신 지음.
한국, 중국, 중동의 판타지를 다룬 전작들에 이어 총 7권으로 기획된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 네 번째다.

그리스 신화부터 북유럽·켈트 신화는 물론 일반에는 생소했던 동유럽 신화와 핀란드 신화까지 망라해 유럽 전 지역에서 전해지는 판타지 세계를 폭넓게 담았다.

세상의 시작, 신, 영웅·성자·마법사, 거인, 괴물, 요정과 정령, 유령, 사후 세계와 신비한 장소, 보물, 세상의 끝 등 10가지 주제에 걸쳐 총 110개 항목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어벤져스' 시리즈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토르' 이야기나 '반지의 제왕', '호빗' 등 판타지에 바탕을 둔 영화, 소설 등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원래 신화 속 이야기가 현대의 판타지 작품에서 어떻게 변용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난쟁이 종족(Dwarf)은 땅속 세상 '스바르트알바헤임'에 살고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돌로 변해 버리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에서는 '반지원정대'의 일원인 난쟁이 '김리'가 어둠 속에만 있을 수는 없으므로 햇빛에 의해 돌로 변해 버리는 존재를 '트롤'로 뒤바꿔놓았다.

생각비행. 364쪽. 1만8천원.
[신간]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 = 이동진 지음.
영화평론가인 저자가 '기생충'부터 '플란다스의 개'에 이르기까지 봉준호 감독의 장편영화 7편을 다양한 시각에서 고찰한다.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분석한 영화는 물론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이다.

저자는 '기생충'의 189개 장면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각종 영화적 장치와 숨겨진 감독의 의도를 분석해낸다.

예컨대 첫 장면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높이 널려 있는 양말 빨래인데, 이는 기택 가족이 품고 있는 상승 심리의 표현임과 동시에 이 영화가 계급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는 선언처럼 다가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기생충'과 '옥자', '설국열차' 편에서는 해당 영화에 관한 평론과 함께 봉 감독과 영화를 주제로 나눈 대담도 함께 실었다.

이밖에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에 관한 분석을 담았다.

위즈덤하우스. 432쪽. 1만9천800원.
[신간]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