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이는요…', '그랬쪄요' 같이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하거나 필요 이상 된소리를 붙이는 말투는 제 말의 신뢰도를 깎는 요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성은 부드럽고 애교 있게 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말투 코르셋을 벗기로 했습니다.

"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유모(23)씨는 최근 친구 5명과 '말투 탈코르셋'을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기존 탈코르셋 운동은 화장한 얼굴, 긴 머리 등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외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자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최근 20대 여성 사이에서는 외모뿐만 아니라 여성적인 표현으로 인식되는 말투도 지양하자는 '말투 탈코르셋' 운동이 퍼지고 있다.

말투 코르셋을 지양하자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여자가 버려야 할 언어습관'이라는 주제로 게시된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18만5천 회를 넘어섰다.

이들은 '앙앙', 'ㅠㅠ'처럼 언어발달이 미숙한 유아를 흉내 내 애교 있게 말하는 '아기어'와 쿠션을 깔아주듯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게 에둘러 말하는 '쿠션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자고 주장한다.

여성만 완곡하고 애교 있는 말투를 사용하는 것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대학생 김은정(가명·24)씨는 "모 여배우가 자신의 SNS 계정에 글을 남겼는데 말투가 귀엽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여성에게는 친절한 말투가 요구되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말투를) 과도하게 꾸며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원모씨(25)씨는 "20명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쿠션어와 아기어를 지양하자고 말한 뒤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더니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부탁하는 일도 줄고 명확하게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말투 탈코르셋에 나선 여성들은 교육, 미디어 등이 언어적 성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까지 일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남성어, 여성어를 나눈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아이돌 전문 프로그램에서 남성 MC가 젊은 여성 연예인에게 애교 섞인 말투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턴액티브] "'00이는요…', '그랬쪄요' 안 써"…20대 여성 '말투 탈코르셋'
대구 한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전공하는 김혜린씨는 "경상도 출신 여성 연예인이 나오면 꼭 애교 섞인 사투리를 시키는데 정말 한숨만 나온다"면서 "나도 대구 출신인데 타지역 사람을 만나면 '오빠야'라고 한 번만 불러 달라고 하거나 귀엽게 사투리를 쓰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며 답답해했다.

일부 전문가는 말투 탈코르셋 운동이 언어 사용을 통해 남녀 간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는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귀엽거나 애교 있는 말투를 요구함으로써 어리고 힘이 없고,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며 "말투 탈코르셋은 여성이 애교스러운 말투를 갖는 게 개인의 선택이었는지 학습된 결과물이었는지 깨닫고 자신이 어떤 말투를 구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출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 말투 탈코르셋을 강요하는 것이 '또 다른 코르셋'이 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학생 현모(25)씨는 "성별을 떠나서 사적인 사이에서는 친밀도를 표현하기 위해 쿠션어나 아기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 않느냐"면서 "공적인 자리에서만 남발하지 않으면 친한 관계에서까지 (말투 탈코르셋을)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미디어에서 여성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애교를 부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길들이는 것이 여성에게 가하는 문화적 폭력이라고 본다"면서도 "말투 코르셋을 벗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른 사람의 개성이나 취향을 침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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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