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 학문에 관하여 = 왕윈우 지음, 이영섭 옮김.
중국의 저명한 학자이자 출판인인 저자가 쓴 '중국 고금 치학 방법(中國古今治學方法)을 번역했다.

중국 선진(先秦)시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역대 학자들의 공부 방법에 관한 언급들을 두루 살핀 뒤 그 정수만을 181개 항으로 추려 뽑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우수한 학습법은 중용에 나오는 '배우고 익히기(學習)'일 것이다.

중용은 구체적으로 "널리 배우고, 자세히 따지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판단하고, 충실하게 행하라"라고 가르친다.

학문의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면 '전심전력 정신을 집중하기(專精)'에 의지해야 한다.

동중서가 춘추를 읽을 때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3년 동안 채마밭에조차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고 하는 일화에서 보이는 공부 방법이다.

이와 대비되는 방법은 '두루 배워 많이 알기(博學)이다.

후스는 "정심(精深)한 것과 해박(該博)한 것은 모두 중요하다.

만약 평생토록 하나의 사물만 다룬다면 비록 성취가 있다 한들 책장까지 가더라도 책을 볼 아무런 흥미가 나지 않는 것과 매한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와 같은 181개 항을 두루 살핀 끝에 '마음속 뜻(心志)을 우선으로 다잡아야 한다', '마음속 생각을 움직여야 한다',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등 14개의 결론을 도출한다.

에쎄. 464쪽. 2만2천원.
[신간] 학문에 관하여·동생 알렉스에게

▲ 동생 알렉스에게 = 올리비아 드 랑베르트리 지음, 양영란 옮김.
세상을 떠난 동생을 기억하려는 누나의 수기이자, 일상을 담담하게 살아내며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그린 에세이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서른살 때부터 진심으로 죽고 싶어했던 동생 알렉스는 몇번의 시도 끝에 결국 목숨을 버렸다.

어릴 때부터 우애가 남달랐던 동생을 잃은 저자는 "슬픔을 눌러 담는 대신 밤샘 댄스파티라도 벌여 깨끗하게 제거해 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슬픔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끝까지 슬퍼하는 것이 그가 슬픔을 잊는 방법이다.

길을 가다 갑자기 찾아온 슬픔에 주저앉아 울기도 하고 동생의 친했던 친구들에게 질투를 느껴 억지를 부리기도 하며 그러다가도 동생이 좋은 사람들 곁에서 살아갔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던 저자는 문득 "비평가로서 글을 위한 글만을 쓸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글을 한번 써보라"고 했던 동생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상상하기 어려운 추모의 방식을 생각해내고는 이것을 차곡차곡 되살린 동생의 기억과 함께 책에 담았다.

저자는 납골당에 있는 동생의 유해를 꺼내 둘의 추억이 깃든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뿌린다.

그러고는 옷을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어 동생의 유해가 뜬 물 위를 수영한다.

비로소 웃으며 동생을 떠올릴 수 있게 된 저자는 이 책을 '동생에게 바치는 종이 무덤'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이 책으로 2018년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 상' 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

알마. 336쪽. 1만5천500원.
[신간] 학문에 관하여·동생 알렉스에게

▲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 임민경 지음.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가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자살을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자살은 심리적 고통의 결과다.

또 우울증, 양극성 장애, 중독 등 다양한 정신장애가 자살과 연관을 맺고 있으며 마음에 치명적인 고통을 초래하는 질병들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치유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문학 속의 사례를 들어 자살의 본질과 치유 방안에 접근한다.

실비아 플래스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한때 깊은 우울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십 년이라는 시간을 더 벌어주었으며 그 시간 동안 '벨 자'라는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괴테는 한때 죽음과도 같은 마음의 병에 시달렸지만, 본인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한 후 82세까지 장수했다.

심각한 알코올중독으로 술잔을 드는 것조차 힘겨워했던 존 치버는 중독을 이겨내고 구원과 부활의 노래로 칭송받는 '팔코너'를 완성했다.

문학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많은 경우 문학은 삶을 혐오하여 쓴 것도 사실은 삶을 위해 쓴 것이며, 죽음을 찬양하여 쓴 것도 사실은 죽음을 이기기 위하여 쓴 것"이라고 했던 오스트리아 작가 에리히 프리트의 말을 인용한다.

들녘. 208쪽. 1만4천원.
[신간] 학문에 관하여·동생 알렉스에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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