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검찰에 넘겨지며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25일 오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던 조씨는 이날 오전 8시께 경찰서를 나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말씀 드린다"면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때 주목받은 것은 조주빈의 목에 부착된 보호대와 특정 브랜드 로고였다.

조주빈은 수사 과정에서 자해를 하는 과정에서 목과 머리 등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주빈은 짙은 갈색의 구두와 버건디 색상의 맨투맨 티셔츠, 검정색 바지를 입고 시종일관 멍한 초점과 굳은 얼굴로 일관했다.

조주빈이 착용한 글로벌 의류 브랜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 송치' 조주빈 포토라인, 얼굴공개보다 주목받은 #손석희 #김웅 #블레임룩
해당 브랜드 홍보팀은 포토라인 공개 후 "오늘 아침, 국민적 공분을 사고있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ㅇㅇ 제품을 착용 후 포토라인에 섰다"면서 "주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저희 ㅇㅇ는 이번 일로 특히 더욱 깊은 유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의 패션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유행까지 시키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블레임룩(blame look)'이라 한다. ‘비난(blame)’과 ‘스타일(look)’을 합성한 신조어다.

1999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주범 신창원. 2년6개월이라는 그의 긴 도피행각만큼 주목받았던 것이 검거 당시 그가 입었던 무지개색 티셔츠. 도망자가 입기엔 지나치게 화려했던 그 옷은 이탈리아 브랜드 M사의 모조품으로 알려졌다. 그 후 일명 ‘신창원 티셔츠’는 수많은 유사품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논란 당시에는 ‘정유라 패딩’이 꽤 긴 기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될 당시 입고 있던 패딩 점퍼는 물론 최순실씨의 P사 신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입었던 점퍼까지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블레임룩'은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완판 길을 걷기도 하는 등 늘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경찰은 조 씨가 언급한 세 인물이 성 착취물과는 무관한 다른 피해 사실이 있다는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언급한 피해 사건은 조 씨가 박사방을 운영하기 전 텔레그램에서 마약·총기를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등 다수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또 조 씨는 지난해 12월 개인방송을 하는 기자에게 접근해 정치인의 정보가 담긴 USB를 넘기겠다며 돈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는데, 이 사건이 김 기자와 연관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경찰은 조 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조 씨가 언급한 세 인물이 사기 사건 피해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일 뿐 구체적인 사기 피해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조주빈은 지난 2018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에 지난 16일 붙잡혀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조주빈에 적용된 혐의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및 강제추행, 협박, 강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