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조사…소규모 업체들, 공연 취소시 제작까지 휘청
코로나 직격탄 맞은 중소레이블…취소·연기 공연만 61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콘서트, 음악 축제 등 대중음악 공연이 잇달아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규모가 작은 중소 레이블이 받는 타격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연예기획 산업 역시 규모가 작고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 상공인들이 받는 압박과 어려움이 대형사보다 훨씬 큰 양상이다.

44개 중소 레이블과 유통사를 회원으로 둔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회원사들이 지난 2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열기로 했던 행사 중 61개가 연기 또는 취소돼 손해액이 36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24일 밝혔다.

지역적으로 인디 뮤지션이 많이 활동하는 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들에서 열릴 공연도 2월 1일부터 4월 17일까지 82개가 연기·취소돼 약 8억원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참고로 대중음악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전국적으로 200여개 공연이 연기·취소된 것으로 추산됐다.

이 협회가 공개한 업체 손해액은 전체 티켓 중 80%가 판매됐다고 가정한 뒤 관람 인원에 티켓 가격을 곱해 나온 값이다.

즉 해당 공연들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벌어들였을 티켓 수익이다.

여기에 공연장 대관과 무대 장비 업체 등에 지불한 각종 계약금, 환불 수수료 등 직접적 손해 금액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한 레이블 관계자는 "행사 하나가 취소되면 계약금을 날리는 건 물론이고 환불 수수료마저 떠안게 돼 손해가 어마어마하다"면서 "원래대로라면 벌 수 있는 수익마저 모두 날아가 상반기에는 수익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협회가 지난달 실시한 회원사 설문조사에서 한 업체는 "최근 6개월 월평균 매출은 9천만원이었으나 2월 매출은 700만원이다.

회사가 존폐 갈림길에 서 있다"고 응답했다.

"4월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된다면 피해액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라고 답한 업체도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31개사의 1∼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총 7억 2천여만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중소레이블…취소·연기 공연만 61건
특히 중소 레이블들은 운영 규모가 작다 보니 공연이 한 번 취소·연기된다고 해도 대형 기획사보다 체감하는 타격이 훨씬 크고, 앞으로도 손해액을 메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디 뮤지션들은 음원보다 공연 수익 비중이 절대적인 경우가 많다.

공연을 통해 앨범 제작비를 마련하고, 그렇게 낸 앨범으로 다시 공연 무대에 오르는 식인데 한 번 공연이 취소되면 다음 활동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엠와이뮤직을 운영하는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공연기획사들이 (공연을 취소·연기해도) 언제든지 다시 콘서트를 개최하려고 하지만, 인디 뮤지션들은 지금 공연하지 않으면 언제 또 열 수 있을지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 위주로 운영되는 레이블들은 거의 연 매출의 80∼90%가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여파가 길게는 연말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힌다 해도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가 돌아오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대중음악계 피해 규모를 여러 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신종길 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확산하면 5월 이후 잡힌 공연도 계속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면서 "온라인 콘서트 등 다른 형태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공연장 대관 지원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