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삼 숙명여대 교수 '한국불교사' 출간
"호국·기복은 1천700년 한국불교 특징 아냐"
불교는 4세기 후반 중국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온 뒤 약 1천7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종교다.

삼국시대에 고구려·백제·신라는 불교를 받아들여 국가 발전 디딤돌로 삼았고, 통일신라와 고려는 불교를 국가 핵심 사상으로 삼아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에 밀려 불교 영향력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부처에게 안녕과 명복을 빌었다.

지금도 불교는 주요 종교로 꼽히고,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불교는 한국 사상사와 문화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주제인 셈이다.

역사학자로서 오랫동안 불교를 연구한 정병삼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내놓은 신간 '한국불교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불교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저작이다.

저자는 다양한 책과 논문을 참고해 한국에서 불교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했는지 정리했다.

승려와 사찰, 사상뿐만 아니라 문화재, 경제사 측면에서도 폭넓게 불교를 들여다봤다.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비교적 쉽게 기술하고, 문화재와 사찰 사진·지도·도표를 다양하게 수록했다.

그는 서설에서 한국불교를 향한 고정관념 탈피를 당부했다.

우리나라 불교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護國)이나 복을 비는 '기복'(祈福)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부에서 고려시대에 국가를 위해 지낸 법회나 임진왜란 때 활동한 승병을 근거로 '호국불교'를 언급하지만, 호국불교론은 일본 근대 불교학에서 제시한 '불교가 국가를 호위한다'는 논리가 조선에 영향을 줘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어 "종교의 속성 중 하나는 개인과 사회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라며 "불교가 국왕 권력 강화에 기여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지배층은 물론 일반인의 신앙을 돕고 계층 간 화합을 추구하는 사회적 통합 기능도 수행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불교를 기복불교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로 해석한다.

기복은 대부분의 종교가 지닌 기본 속성이라면서 "현세 지향적 세계관이 강한 한국의 문화 전통에서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불교 특징으로 많이 거론되는 용어인 '통불교'(通佛敎)에 대해서도 저자는 부정적이다.

통불교는 성격이 다른 불교사상을 융합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최남선이 구체화한 개념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통불교설은 구체적 내용이 아닌 일반적 경향을 말하며, 원효의 통불교적 사상과 지눌의 통불교적 사상은 그 내용이 전혀 다르다"면서 "통불교가 아닌 조화와 융합을 한국불교 특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후기에 오늘날 불교를 향한 고언도 적었다.

저자는 불교가 크고 작은 갈등과 분열을 겪었다고 지적하고 현대사회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쇄신을 요구했다.

"문제의 중심에는 역대 정권과 명확하지 못한 관계 설정, 권력 구조에 기인한 종권 갈등, 이를 떠받치는 문중 간 갈등이 뿌리 깊게 내재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
푸른역사. 740쪽. 3만8천원.
"호국·기복은 1천700년 한국불교 특징 아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