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2020 러브썸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가수들.  인넥스트트렌드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2020 러브썸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가수들. 인넥스트트렌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콘서트, 음악 축제 등 대중음악 공연이 잇달아 연기·취소되면서 중소 음악 레이블이 극심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4개 중소 음악 레이블과 유통회사를 회원으로 둔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지난 2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열기로 했던 회원사 행사 중 61건이 연기 또는 취소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연기·취소로 인한 손해액은 약 36억원 규모다. 인디 뮤지션이 많이 활동하는 서울 홍익대 인근 소규모 공연도 2월 1일부터 4월 17일까지 82건이 연기·취소되며 약 8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협회는 대중음악 전체로 범위를 넓혔을 때 전국적으로 200여 개 공연이 연기·취소된 것으로 추산했다.

협회가 공개한 업체 손해액은 전체 티켓 중 80%가 판매됐다고 가정한 뒤 관람 인원에 티켓 가격을 곱해 나온 금액이다. 여기에 공연장 대관과 무대 장비업체 등에 지급한 각종 계약금, 환급 수수료 등 직접적 손해액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한 음악 레이블 관계자는 “행사 하나가 취소되면 계약금을 날리는 건 물론이고 환급 수수료마저 떠안게 돼 손해가 엄청나다”며 “원래대로라면 벌 수 있는 수익마저 모두 날아가 올 상반기에는 수익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협회가 지난달 시행한 회원사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31개사의 1∼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억2000여만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문에 답한 한 업체는 “최근 6개월 월평균 매출이 9000만원이었으나 2월 매출은 700만원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중소 레이블은 운영 규모가 작다 보니 공연이 한 번 취소·연기되면 대형 기획사보다 체감하는 타격이 훨씬 커 손해액을 메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공연을 통해 앨범 제작비를 마련하고 그 앨범으로 다시 공연에 오르는 인디 뮤지션 레이블들은 연매출의 80∼90%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엠와이뮤직을 운영하는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공연기획사가 (공연을 취소·연기해도) 언제든지 다시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지만, 인디 뮤지션은 취소·연기된 공연을 언제 또 열 수 있을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힌다고 해도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여파가 길게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확산하면 5월 이후 잡힌 공연도 연기·취소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며 “온라인 콘서트 등 다른 형태로 공연할 수 있도록 정부에 공연장 대관 지원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