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로 단독 공개를 결정하면서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 판다와의 법적 분쟁 가능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콘텐츠 판다는 해외 30개국에 영화 판권 세일즈를 완료해 놓은 터라 이같은 결정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23일 리틀빅픽처스와 넷플릭스는 윤성현 감독의 영화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4월 10일 단독 공개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잠정 연기한 '사냥의 시간'은 세계 보건 기구 WHO의 팬데믹 선언 소식을 접한 후 관객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넷플릭스'에서 전세계 190여개 국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측은 "전세계적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현상을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포맷과 장르의 콘텐츠가 사랑을 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일을 연기했고, 결국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극장 개봉과 VOD 서비스를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공개하게 된 점은 한국 영화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 이목을 끌고 있다.

개봉을 한주 앞두고 일정이 미뤄진 만큼, 마케팅 비용을 이미 소진한 데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개봉 일정을 다시 잡기 어려워지자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 측은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사냥의 시간'은 이미 30개국에 판권을 선판매 했던터라 여러 이해 관계가 얽힌 잡음이 생긴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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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사냥의 시간' 측은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위해 판권 계약을 한 30여개국에 계약 해지 요청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틀빅픽처스 측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극장도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의 존폐 위기를 두고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된 쪽에 계약 해지를 진행해 달라고 했고 손해배상 등 비용을 지불하려 했으나 합의를 거부해 일방적 해지 통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콘텐츠판다 측은 23일 공식입장을 내고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사임과 동시에 투자사이나 리틀빅픽쳐스가 당사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해외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으나 리틀빅픽쳐스는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판다 측은 이날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측 보도자료를 통해 이중계약 소식을 최종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틀빅픽쳐스는 극장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기존에 체결한 계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강행했음을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이렇게 일방적인 행위로 인해 당사는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전세계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지만 이미 세일즈가 완료된 극장개봉 국가와 스트리밍 국가를 구분하여 진행하거나 당사와 함께 세계각국의 최선의 개봉시기를 찾아보는 등 사전논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건은 당사를 포함해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판다 측은 국제적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리틀빅픽쳐스와의 법적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야기를 그린 추격 스릴러다.

'파수꾼'(2011)으로 호평받은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박정민이 다시 조우한 작품으로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지난 2월 22일 개막한 올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첫선을 보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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