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삶 구석구석을 송두리째 바꿔 놓으면서 밥 먹는 모습도 달라졌다.

집밥을 먹는 비중이 늘었고, 점심시간이면 직장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도심 식당가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지인이나 동료와 식사를 하더라도 예전처럼 마주 앉지 않고 앞자리를 비워놓고 앉는 일도 이젠 어색하지 않다.

마주 보지 않고 식사하기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공식 권고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9일 전 직원에게 '식사 협조 공지'를 내려 한 테이블에 3명씩 앉아 마주 보지 않고 식사할 것과 낮 12시, 12시 15분, 12시 40분으로 시간대를 나눠 식당을 이용할 것을 지시했다.

좀 더 적극적인 감염 예방 시설이 식탁 위에 등장하기도 했다.

[입맛뒷맛] 코로나19가 앗아간 평범한 식사의 기쁨

서울 용산구청, 부산시청, 경북 영천시청 등 관공서 구내식당엔 앞과 옆 사람과 대면을 막는 칸막이가 설치됐다.

칸막이가 없으면 앞자리를 비우고 '한 줄 앉기'로 식사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다.

이야기꽃을 나누며 함께 밥 먹는 일이 중요한 사회 활동인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 이전엔 상상도 못 했던 풍경이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식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있다.

부산 서면의 한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A씨는 "휴게실 테이블에서 상담원 7∼10명 정도가 모여 함께 식사하는데 감염될까 걱정이 되긴 한다"며 "월급이 세전 170만∼190만원이어서 매끼 나가서 사 먹기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 와서 모여 먹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최근 콜센터가 집단 감염 진원지로 떠오르자 휴게실 식사가 금지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콜센터 상담원 B씨는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확인된 후 휴게실이 폐쇄되고 모여서 점심을 먹지 말고 자기 자리에 앉아 식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일하는 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면 공장 기계 앞에 앉은 느낌"이라고 했다.

[입맛뒷맛] 코로나19가 앗아간 평범한 식사의 기쁨

코로나19로 택배 이용이 급증하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배송 노동자들은 잠시 자리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마저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수도권에서 택배 배송을 하는 박모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홈쇼핑 물량이 늘어서 눈코 뜰 새 없는 게 사실"이라며 "차에서 빵이나 김밥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고 배송을 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맞서 싸우는 의료진에게도 평온하게 즐기는 한 끼 식사는 가물가물한 기억이 됐다.

대구 동산병원 등 의료진에게 전국 각지에서 삼계탕, 한라봉 등 영양식이 답지하지만, 느긋이 먹을 시간이 없다.

빨리 한 끼를 때우더라도 감염 우려로 멀리 떨어져서 식사하는 모습이 포착되곤 한다.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지부 관계자는 "코로나 병실 안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환자와 동일하게 일반식을 먹는데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는 거르는 일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입맛뒷맛] 코로나19가 앗아간 평범한 식사의 기쁨

한편 개학 연기로 아이들은 집에 있게 되자 맞벌이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부모는 자녀 식사 챙기기에 애가 탄다.

서울 마포구 C씨는 "집에 있는 초등학생, 유치원생 자녀를 조부모가 와서 돌봐주지만, 식사 챙기기까지 부탁하기 어려워 아이들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 앱이나 가정간편식 배달 서비스에서 반찬이나 단품 음식을 주문해 집으로 보내는 게 주요 일과"라며 "어서 이 상황이 끝나 밥 한 끼 마음 편하게 먹는 일상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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